/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TV 음악 오디션만큼 다양한 시도를 하는 프로그램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 중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꽂힌 적이 있다. 세계적 명성의 성악가, 촉망받는 뮤지컬 배우 등 전공자부터 화학회사 연구원 같은 비전공자까지 다양한 참가자에 음악 영역도 성악, 뮤지컬에서 국악, 트로트까지 넓었다. 개인역량을 평가받는 독창을 시작으로 듀엣, 트리오, 그리고 4중창까지 클래식에서 대중음악, 팝에 이르는 크로스오버를 시도했다. 마지막으로 최고의 하모니를 보여주는 4중창 팀에게 ‘팬텀싱어’라는 호칭을 주어지는 과정이다.

수차례의 경연을 지켜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중창의 경우, 개인 실력이 우수한 보컬리스트들이 모였다 해서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독창실력이 아주 출중한 보컬들이 한 팀을 이뤘지만 혹독한 평을 듣기도 했고, 돋보이지 않았던 언더독이 모인 팀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오디션에서 호평 받는 팀이 갖춘 비결은? 필자의 의견은 우선, 팀원 간 융합이다. 개개인의 음악적 재능과 목소리는 호평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이 되진 못했다. 테너, 베이스, 바리톤은 물론 록(Rock)등 다양한 음악을 하는 멤버들의 조화로운 하모니, 즉 목소리의 융합을 이룰 때 비로소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 낸 것이다. 다음은 협업이다. 각자 생업을 병행하면서 경연을 준비하다 보니 시간적, 육체적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럼에도 힘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협업했던 팀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으로는 전략이다. 개인별 장점은 극대화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며 하모니를 극대화 할 선곡과 편곡을 진행하는 전략적 접근이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

이제 최근 자동차산업이 안고 있는 주요 키워드에 대해 생각해보자. 첫 번째 키워드는 엄청난 속도의 기술발전이다. 과거 10년 동안에 이뤄졌던 기술이 1년이면 실현된다고 할 정도다. 자율주행기술이 언급된 지 불과 수년에 불과하지만, 도로 실증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걸 보면 놀랍다. 두 번째 키워드는 경쟁의 심화다. 이젠 선진국 뿐 아니라 신흥국과도 경쟁하는 무한경쟁시대다. 신흥국인 브릭스(BRICS) 국가 중 하나였던 중국은 세계자동차의 30%를 생산하고 있고, 인도는 한국을 제치고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 되었다. 특히 중국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전기차 등 신산업분야에서 거대 공룡으로 성장했다. 마지막으로는 선도전략이다. 예전에는 캐치-업(Catch-up) 전략만으로도 비즈니스 역사를 바꾼 사례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술을 선도하고 나아가 독점해야 한다. 기술, 시장, 전략 모두가 급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1995년 처음 우리도에 착근하여 큰 성장을 이루었던 전북의 자동차산업은 어떤가? 산업을 이끌 뚜렷한 성장동력이 약하고 전문연구인력도 부족하다 보니 기술대응 속도가 늦었다. 종속된 납품구조로 세계 시장 독자적 진출에 애로가 있고, 지금까지 성장을 이끌었던 캐치-업 전략은 완성차의 생산량 정체에 따라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기술도 시장도 전략까지도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생존과 발전을 위한 방법은 무얼까? 앞서 설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우선, 산업체와 학교와 연구기관, 정부기관이 장르를 파괴하는 산학연관 융합이 절실하다. 자동차에 머무르지 않고 건설기계, 농기계 더 넓게는 로봇, 항공, 방산기술까지 폭 넓게 융합해야 한다. 자동차 부품에 인간공학적 디자인뿐 아니라 감성의 색채미술까지도 접목해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이다. 도내 자동차기업이 무인 철거로봇을 개발한 것은 자동차와 건설기계, 로봇기술 융합의 좋은 사례다.

다음으로 산학연관 협력을 뛰어 넘는 협업이다. 기술 발전이 빨라지면 연구 장비와 인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된다. 우수한 아이디어 접목은 필수다. 해결 방법은 협업밖에 없다. 기업에 요구되는 기술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도입하고, 인력과 장비를 공유하여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산학연관 협업만이 기술 혁신의 핵심인 것이다. P&G의 외부자원을 이용한 C&D(Connect & Develop) 혁신은 대표적 사례다.

마지막으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종속적 산업구조 개편, 뿌리산업의 해외시장 진출, 대체부품산업과 융합산업 육성 등의 현실적인 전략 수립과 실행에 머무르지 말고, 미래지향적 산업육성을 위한 전기전자부품과 전기차 기술,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 실현을 위한 전략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지난해에 출범한 스마트융합 얼라이언스와 전기전자 콘퍼런스는 이들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산학연관 협업과 소통의 장일 될 것으로 확신한다.

2018년은 새로운 지방정부가 출범하는 매우 의미 있는 해로 전북자동차산업 중흥을 위한 전략도 보완되고 다듬어져 새로운 도약을 이룰 하모니의 한해가 되길 바라면서 기술원도 '한걸음 더 더 더' 뛸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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