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채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우리나라 농어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이다. 지난 95년 WTO체제 출범 이후, 수입농산물이 밀려들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 농산물 수출국들의 대폭적인 관세감축 압력과 쌀 개방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때이다.
  다국적 기업농의 값싼 외국농산물이 밀려들면서 국내의 경쟁 작목은 축소되고 있고, 이는 곧 타 작목 전환으로 이어져 타 작목 과잉생산으로 인해 다시 어려움이 가중돼 농업인의 근심과 걱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연, 농어업의 어려운 현실은 농어업인만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일까?

우리가 당면한 농어촌 문제는 단순히 농업생산과 농가소득 안정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정치, 경제의 여건 변화와 광범위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전 국민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세계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특정계층의 갈등 요인은 나라마다의 역량으로 해결해 나가겠지만, 대응 방향에 따라 그 나라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할 것이다.

  한국 농업이 처한 갈등상황 속에서 우리는 우선적으로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의 상황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화위복의 시기임을 인지하고 농업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들이 언제, 어디서나 다 같이 함께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균형 잡힌 국토와 건강한 생활환경의 기틀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겨레와 함께 해온 반만년의 벼농사 역사에서 쌀을 자급하게 된 것은 불과 20여 년 전이다. 이는 70년대 통일계 품종의 보급과 양질다수성 품종의 개발 보급 등으로 정부와 농업인이 하나가 되어 땀 흘려 노력해 온 결과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40%에 불과한 식량자급률을 보이고 있는 실정인데, 농업이 벌써 경시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농업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주는 공익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벼농사를 짓는 논은 대기정화, 지하수 저장, 홍수조절 등 연간 20조원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농어업 농어촌의 가치는 국민정서 함양, 생태계 유지, 전통문화 계승, 환경교육, 보건, 휴양 공간 제공 등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국민의 소중한 자산이다.

  만약, 저 넓은 들녘에 푸른 곡식이 아닌 회색 건물과 공장으로 넘쳐난다고 상상해 보자. 새삼 그 어느 때보다 농업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부분에서 농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고 해서 농업을 축소해야한다는 망언을 일삼는 자들이 있어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농어업은 농어업인만의 문제가 아니요,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없는 공익산업이요, 국가적 차원의 생명산업이다.
  

이제, 더 이상 농어업과 농어촌을 그들만의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나서서 농어업인이 땀 흘려 가꾼 우리농산물을 애용하고, 농어촌의 열악한 교육, 문화, 의료, 복지시설의 확충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농산물 개방의 희생 위에 얻어진 이익을 농어촌에 환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정부와 기업인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사명임은 자명한 이치이다.

 농어업은 겨레의 보물이며, 그 주인은 농어업인이 아닌 온 국민이다.
수천 년 겨레와 함께 해온 농어업, 대대손손 보전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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