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나 장관 등의 말은 현란하다. 정치인에게 말은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정치인하면 흔히 말 잘하는 사람으로 아는 게 상식이다.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게 정치다. 그만큼 정치인이나 장관 등의 말은 영향력이 크다. 그의 말 한 마디에 주가가 치솟거나 곤두박질치고 때로는 사회에 큰 혼란이 오기도 한다.
  그래서 정치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된다. 국회의원은 특히 행정기관이나 유권자, 지역 주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행정부와 접촉하고 또 민의를 수렴하는 데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이다.
  문제의 하나는 정치인이나 장관들의 말의 애매 모호성이다. 그들은 말하고 싶지 않거나 또 곤란하면 말을 요리조리 돌려 아무 뜻도 없는 말을 한다. 무언가 여러 가지를 요란하게 말은 하는데 듣고 보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먹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화법을 ‘스탠젤 화법'이라고 한다.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적 감독 케이시 스탠젤은 뉴욕 양키스 감독 등을 지내며 통산 월드시리즈 우승 7회를 일군 명장이다. 그는 해야 할 말은 명확히 했다. 하지만 어떤 일이나 말에 대해 책임지고 싶지 않을 때는 아무 내용도 없는 말을 이리저리 돌려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가히 예술적 경지까지 이런 방식을 끌어올려 스탠젤 화법이라고 불렸다.
  정치인 장관의 이런 화법은 국회에서 일상화 돼 있다. 곤란한 질문에 접했을 때 정치인이나 장관들은 교묘한 말재주로 빠져나가게 마련이다.
  일본에서 인공지능이 국회에서 답변을 하는 실험을 했지만 실패했다는 보도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이 최근 5년간 국회 회의록을 기초 자료로 삼아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인공지능이 답변 초안을 만들게 하는 실험을 했다. 이를 공무원들이 분석한 결과 부정적 응답이 48%에 달했으며 종합 평가에서 ‘목표에 미달했다’는 결론이 났다. 이는 과거 장관들의 국회 답변이 애매해 인공지능이 혼란을 겪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이 정치인들의 언어를 다루는데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다.
  정치인이나 장관들의 고단수 말장난을 인공지능이 알아먹을 턱이 없다. 그만큼 정치인 화법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고의 지능을 가졌다는 인공지능이 헷갈리는데 보통 국민들은 오죽 할 것인가. 당연히 국민들 사이에 정치 불신이 싹튼다. 정치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진정성과 명확성 그리고 감동을 담은 정치인의 말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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