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백미술관 기획 ‘조각 얼라이브’전에 조각가 이효문이 초대됐다.
  이효문은 20여 년간 오롯이 조각 한 길만을 걸어 온 작가. 그의 열 두번째 개인전인 ‘실체 그리고 허상’은 말 그대로 본질을 찾아가는 작가의 고민이 담겼다.
  그의 작업을 꾸준히 지켜본 손청문 미학박사는 “실체와 허상이라는 화두와 작품의 조형성을 염두해 본다면 근작들을 통해서 작가는 실존적 존재로서의 자아성찰을 맥락으로 하여 현대인의 자기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자문하는 존재론적 성찰의 여정을 표명하고자 하는 듯하다”며 이효문 작업을 평가했다.
  ‘실체 그리고 허상’은 크게 보여지는 형상과 선(線)적으로 표현된 투조 형식의 비어있는 공간으로 구성된다.
  석고로 제작된 인물상은 형체가 있는 실체라 가정한다. 비정형의 육면체 공간을 만들어 이어 붙인 형상과 몇 개의 실선으로 만들어진 사람 외형처럼 표현된 작품은 속이 비어있음으로 인해 허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가 여기서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다르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외형을 실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실체는 그 이면에 내재된 보이지 않는 존재일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비어있는 공간을 선으로 구성한 작업은 허상이라는 상징적 표현으로서, 가시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마음으로 혹은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실체적 존재(공간)일 것 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더불어 석고인물상은 남성적으로 표현하긴 했지만 남성성을 보여주고자 함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름다움이라는 선입견을 내포한 여성을 표현하기도 마땅치 않았다. 다만 작가는 보기에 괜찮은 몸매와 근육이 적당히 발달된 성숙한 중성적 인물상을 만들었다. 보기에 그럴듯한 인물에 호감을 갖게 되며 실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오히려 허상일 수 있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여 준다.
  손청문 미학박사는 “이효문의 근작에 있어 공간, 무는 단순한 부재가 아닌 부재증명을 통한 근원성의 발현으로서의 의미는 물론 전통철학적 관점에서의 비가시적 실체 개념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그는 조각에서의 매스와 공간개념을 활용하여 존재와 비존재, 형상과 질료개념의 교차관계를 통해 참된 존재의 존재, 진정한 실존적 자기 정체성에 관한 물음을 탐색해 가는 예술가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지난 28일 개막했으며 오는 20일까지 진행된다.
  작가는 전주대 미술학과를 졸업했고 전남대 미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 전주조각회, 지붕회, 전북조각회, 전남조각회, 한국미술협회 회원, 전주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최영희 누벨백 관장은 “작가의 모든 에너지와 감각이 응축된 작품에는 역동성과 함께 따스함과 섬세함이 느껴 진다”고 초대이유를 설명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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