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임대문의' 프랑카드가붙어 있는 전주 효자동의 서부신시가지 상가들-

 “1층 상가가 이렇게 비었는데 다른 층은 볼 것도 없죠. 그런데도 임대료가 절대 안내려 간다는 게 이상하죠.”

전주 최고 상권인 서부신시가지 상가들이 최근 높아지는 공실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황에 매출 감소로 더는 버티기 힘든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빠지기도 하지만,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비자발적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상가 임대료는 여전히 내려가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공실률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전주 신시가지 J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신시가지 임대문의 전화가 많이 줄었다”며 “신축 상가건물도 대로변 1층을 빼고는 거의 공실이며, 심지어 1층도 1년 넘게 공실인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로변 1층 상가는 눈에 잘 띄고 고객이 드나들기 편해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장사를 하는 임차인들이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비싼 임대료를 감수하면서까지 대로변 1층 자리를 고수하려는 곳이 드물다는 것이다.
 또한 전주 신시가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48)는 “자영업의 진짜 위기는 최저시급 인상이 아니라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이다”며 “인건비가 올라 부담이 커진 건 맞지만,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이상 임대료가 지금 수준으로 계속 유지된다면 앞으로 신시가지의 공실률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안 모씨(38)도 “그나마 상권이 좋아 임대료가 비싸도 그럭저럭 버텼는데 최근에는 매출이 많이 줄어 어려워졌다”며 “이대로라면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장사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서부신시가지의 공실률 증가 원인을 지나친 공급과잉으로 꼽고 있지만, 실제 세입자들은 부동산업자들과 건물주들의 배짱(?)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물주는 임대료를 낮추면 건물 매매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점포를 비워두는 게 상대적으로 손실이 덜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낮은 금리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임대료를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임대료 인하를 막는 원인으로 주변 부동산업자들을 지목하고 있다.
 세입자 박 모씨(45)는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건물주 개인은 속이 타는데 주변 부동산업계가 상권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며 “거래가 증가해야 부동산중개인들도 수익이 생기는 만큼 상권 임대료 인하에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감정원이 최근 발표한 ‘2017년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북지역의 3분기 상가 공실률은 소규모 상가의 경우 전분기 대비 1.5%p 상승한 7.8%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공실률을 보였다./양승수기자·ssyang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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