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검토한다.

지난 달 27일 금지 방침 시사 후 3주 만에 ‘사실상 철회’로 입장을 바꾼 건데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교육부의 오락가락 행보와 미숙한 의견수렴 및 설득과정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보건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과의 정책 일관성, 고액 유아 영어학원 관련 현실적 대안은 숙제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않았다며 과열된 사교육과 불법관행부터 개선하고,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운영기준을 내년 초까지 마련하겠다고 16일 밝혔다.

최대 수백만 원에 이르는 전일제 영어 유치원은 내버려 두고 월 3만 원 방과후 영어만 금지하는 건 영어 조기교육을 막는 근본책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소득에 따른 교육격차만 키운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거다.

교육부와 전문가들은 발달단계에 맞는 영어 적기교육이 효과적이라는 판단 아래 초등학교 1~2학년 정규수업에서 영어교육을 금지하고 있으며, 3월부터는 방과후 과정에서도 영어교육을 금지한다.

이에 따라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교육도 3월부터 금지하겠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도 정규 누리과정이 아닌 방과후 과정에서만 영어교육을 허용해 왔다.

교육부는 여론을 수렴해 방과 후 영어수업금지는 보류하지만 ‘초등 3년부터 학교가 책임지는 영어교육’이란 방향은 동일하다고 했다. 세부적으로는 유치원 방과 후 영어 과정을 놀이, 유아 중심으로 바꿀 계획이다.

시도교육청과 함께 상시점검단을 설치 및 운영해 과도한 교습비 징수, 영어 학원과 연계한 편법 운영이나 장시간 과잉 교육의 지도, 감독을 강화한다. 고액의 유아 영어학원의 경우 교습시간 제한, 교습비 및 교습내용에 대해 공론화해 올해 하반기 법령을 개정한다. 영어 유치원 같은 명칭 불법 사용, 시설 안전에 대한 점검을 확대한다.

하지만 도내 교육계는 교육부가 정책방향을 뒤집은 건 아쉽다고 했다. 도내 교육계 관계자는 “정책을 내놨다가 바꾸면 방향이 맞다 해도 신뢰를 얻기 어렵고 다른 정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난해 수능 절대평가 결정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정책방향이 좋다고 해서 모두가 납득하는 건 아니다. 현장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해당자들을 설득하는 등 정책을 섬세하게 다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기 영어교육 금지를 실시하려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보건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이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는 사립유치원 방과후 과정을 동일하게 막지 못한다면 현 정책은 공립유치원 이탈 현상을 낳고 끝날 거란 것.

유치원이 아닌 학원으로 어학원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고액 유아 영어학원이 되레 활성화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도록 법률 개정도 시급하다는 조언이다. 공교육 신뢰 회복, 영어 프리미엄 완화, 학부모 설득 같은 근본적 대안 또한 전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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