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 시대 유적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는 여러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과 사냥하는 그림 등이 새겨져 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의 하나가 고래잡이 모습이다. 20여 명의 인원이 노를 저어 작살이 꽂힌 고래를 좇아가는 그림이다. 뾰족하게 그려놓은 작살 끝이 금속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고래잡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동해안에서 이뤄졌다. 고래가 많아 예로부터 동해를 경해 즉 고래바다라고 불렀다고 한다.
  고래잡이는 그렇게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600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본다. 해안가에서 소규모로 이뤄지던 고래잡이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는 19세기다. 노르웨이가 배에 포를 장착하고 이를 쏘아 고래를 포획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어획량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우리나라에서 고래잡이는 오래 전부터 행해졌지만 본격적으로 상업 포경을 한 것은 해방 이후다.
  하지만 고래잡이가 성행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전 세계 바다에서 고래의 씨가 마르기 시작한 것이다. 고래는 수명이 길고 번식률이 낮아 남획할 경우 멸종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 20세기에만 무려 290만 마리를 잡았다. 그러다보니 긴수염 고래나 향유고래, 참고래 등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러자 1931년부터 포경 규제를 위한 국제적 움직임이 일어났다. 1946년에는 고래의 종 보호를 위한 국제 포경규제 협약에 각 나라가 서명했고 뒤이어 국제 포경위원회가 창설됐다. 위원회는 드디어 1986년 전 세계의 상업적 포경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조치로 포경업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런데 유일하게 일본이 국제적 비난을 무릅쓰고 포경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 측은 과학적 연구 목적이라며 고래를 계속 잡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새로운 포경선을 마련한 계획이라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 예산에 새로운 포경선 건조 혹은 도입 항목으로 1억 엔을 반영했다. 조사포경의 선단 모선을 새로 짓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포경을 계속하겠다는 입장 표명이다. 이에 대해 유럽이나 호주 등 여러 나라가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도 나서서 일본 정부를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나섰다.
  일본의 독불장군식 태도에 어이가 없다. 일본은 고래잡이가 전통이며 연구 목적이고 또 문화적 상대주의를 인정해야 한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고래를 먹지 않으면 될 일인데 일본인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일본인들의 낮은 도덕성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쓰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