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동시다발 사망사건은 의료기관의 위생 실태에 대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 준 예다. 사망사건의 원인은 ‘주사제 오염으로 인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패혈증)’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 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의 주요 감염 원인으로 꼽히는 '주사제 돌려쓰기' 관행이 의료계 전반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모 언론이 밝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한 병원은 환자들에게 항히스타민제 1앰플을 2인에게 나눠 분할 투여하고, 1인당 1앰플씩 투여한 것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 또 다른 병원은 슈넬리보스타마이신주1g을 제일멸균주사용수20ml에 믹스해 환자 2명에게 0.5g씩 나눠 분할 투여하고 1인당 1바이알씩 투여한 것으로 청구했다. 문제의 병원도 영양주사제 한 병을 여러 명에게 나눠 맞혔는데 지질영양주사제 스모프리피드 1병에서 7개 주사기로 나눠 아기들 5명에게 주사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심각한 정도를 넘은 범죄의 수준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아픈 기억이지만 지난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높아졌다. 그런데도 주사제 돌려쓰기를 한데는 분명히 상당한 제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더욱이 신생아 유가족들을 생각한다면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
다행히 정부가 병원 신생아 사망사고로 드러난 의료기관 감염관리 부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뒤늦게나마 다행이다. 의료기관의 위생 관리나 의약품 사용 준수사항 위반으로 인해 환자의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경우 해당 기관에 업무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현재는 시정명령밖에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또
다수 환자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유사 증상을 보이며 사망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보건소에 신고토록 한다.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보고토록 한 환자안전법과 별개로 괴질 등 원인 미상의 환자 사망사고에 대해 신고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한시가 급하다.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을 신속하게 진행하길 바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불상사를 만들지 말라. 특히 각 의료기관에 대해 주사제 돌려쓰기 등 이번 신생아 사망사고를 통해 드러난 모든 부적절 매뉴얼에 대한 즉각적인 현지 실태조사도 벌여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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