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798
/선기현 한국예총전북연합회 회장
 2018년 1월 5일 06시40분에 전주를 출발, 김포 12시 30분발 북경을 향하여 출발했다. 고추장과 김치가 버무려진 기내식 비빔밥을 중식으로 하고 북경에 도착했다. 북경대학을 거쳐 서쪽에 위치한 중관촌에 숙소를 정했다. 이번 여행은 북경을 중심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몇몇 곳을 집중적으로 탐방할 작정이다. 변해도 많이 변한 중국, 앞으로도 계속 변해 나갈 중국이 몸으로 마음으로 여실히 전달된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균형이 잡히지 않은 도시 풍경은 그럴듯하게 균형을 유지하면서 너저분한 거리 모습은 정리가 되가고 있다. 곳곳에서 끊임없이 청소하는 모습이며, 바삐 움직이는 많은 사람들은 ‘만만디’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 물론 북경은 중국 수도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루는 중국의 자존심이자 미래의 죄표인 북경대학 캠퍼스를 찾았다. 130년 전통 면학의 장소인 그곳은 전통과 현대의 건축이 어우러진 수많은 공간속에서 세계 각국의 석학들이 등불 밑에 빼곡하게 박혀 무엇을 연구하는지 무아지경이다. 죽의 장막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색깔은 전혀 온데간데 보이질 않는다. 저변에 갈린 원색은 그렇지 않을 진데도. ... 젊은 학도들에서부터 늙수그레한 석박사 교수들까지 여러나라 인종들이 캠퍼스에 가득하다. 엄청 추운 북경의 겨울삭풍은 그들이 밀고 가는듯하다. 중국의 현재와 미래가 스케치된다.
 사실 이번 여행의 핵심은 798예술구다. 지하철과 버스를 병합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798이슈치는 중국 현대미술의 집결지다. 706, 707, 718, 751, 797 그다음 798 이슈치, 과거 구소련 지원하에 운영되어온 무기공장 밀집지역이었다. 냉전이 종식되고 공장이 하나 둘 철수 이전되고, 마지막으로 전자부품공장만 남게 되었다. 다 떠나간 공장부지는 임대료가 낮아지게 되니 가난한 예술가들은 이래저래 입소문을 타고 저렴한 작업공간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후에는 중국정부에서 이곳을 문화특별지역으로 선정하게 되고 2011년에는 중국 최고의 미술대, 중앙미술학원이 이곳 가까운 곳으로 이전하게 되니 더욱더 번성하게 된다. 798예술구는 외국인 예술가들에게 더욱더 사랑을 받는 곳이다. 그들의 자유스런 창의성과 뛰어난 안목으로 폐공장을 갤러리로, 연기를 품던 굴뚝은 이곳 랜드마크가 되고 폐품의 흔적들은 훌륭한 창작품으로 변신하게 된다. 현재 이곳은 레스토랑, 카페, 작업실, 디자인 스토어 등 예술문화에 걸쳐진 모든 장르가 들어 숨쉬는 그야말로 예술종합시장이 이뤄졌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음과 양이 존재하듯, 그곳을 이끌어왔던 가난했던 화가 예술가들은 그 자리를 떠났다. 상업화되면서 비싸져버린 임대료 및 모든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여건이 그 예술인들에게 맞지않게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화가 ‘황루이’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끝까지 문화창의산업구역을 보수하다가 정작 본인은 798 예술구를 떠났다. 이후로 중국은 이와 유사한 예술구가 많이 탄생되고 진행중인 곳 또한 적지 않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지우창 Art국제예술원, 차오창디예술구, 환티에 국제예술성, 페이지아춘, 수어지아춘 예술구, 상하이를 중심으로 모간산 50호, 청두 란딩예술센터, 충칭 탱크창고, 난징 막부 30공원, 쿤밍촹구 등 여튼 파리의 몽마르트 뉴욕의 소호, 이후 세계에서 현대미술을 선호하는 분에게 입맛을 다시게 할 수 있는 곳이 북경 798예술구다. 여기에서 우리에게 돌아가보자.
 전북은 우리 잘난 예술문화 지수를 전국에 선보이고자 인사동에 도립미술관 분관을 만들었다. 지금도 타 지역에서 그렇게 부러워한다. 전북예술인의 한사람으로써 가슴 뿌듯한 일이다. 다음은 북경으로 상해로 건너가 분관을 만들었으면 한다. 예향으로서 뜨거워질 일이다.
 전주동문 네거리 중심으로 작업하며 살아왔던 예술인들은 지금은 없다. 그것도 음과 양의 법칙이리라. 동산동, 팔복동, 선미촌에 예술인 살길마련이 분주하다.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실질적인 살길이 이뤄지길 바란다. 이번 북경 여행길은 그렇게 가슴한쪽에 앞으로 떼어내야 할 납한덩어리 넣고 왔다.
 끝으로 훌륭한 예술적 인적자원의 보고인 대한민국 전라북도는 예술이 살아 숨쉬는 땅으로 거듭나기를 무술년 새해 즈음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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