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대에서 '우리'와 '같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있다. 근래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혼밥, 혼술, 그리고 나이와 여건에 관계없이 혼자 사는 독거의 풍토, 이런 현상이 개인주의 사고를 더욱 심화, 고착시키고 있다. 이에 더하여 다양한 정보 통신기기는 본인이 외로움을 느낄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가상의 현실이 얘깃거리, 볼거리, 들을 거리를 모두 제공하고 있으니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 세계에 내가 참여하여 행동하고 있고 이것이 현실이라는 착각으로 외로움을 해소시키고 있다.
 먼 옛날 지구상에 나타난 모든 강했던 동물들을 물리치고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된 것은 집단을 이루고 힘을 합칠 수 있는 능력을 키웠고 이 힘이 지구를 차지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즉 개인 간 협력과 협동을 바탕으로 말과 글로 서로 소통하였으며 의견을 모으고 집단의 목표를 향하여  힘을 함께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경험과 지혜를 후손에게 전달 할 수 있었던 능력은 지금까지 인류가 존재 할 수 있는 근간을 형성하였다.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인 소통하고 협력하는 본성이 사라지고 기계적인 가상현실이 우리 사고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고 있는 이 현실은 인간사회의 붕괴를 보는 것 같아 심히 불안하다.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더불어 같이 살고자 하는 인성이 퇴화하고 나 하나만이 존재하는 듯 하는 극도의 개인주의는 결국 사회구성을 약화시키고 '너', '나' 모두에게 불행을 불러오는 촉매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사이 벌어지고 있는 패륜의 최악 사태인, 자식이나 부모의 살해사건은 인간성의 상실이 원인이며 이런 끔직한 행동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죄의식의 결여로 인간으로서 존엄이 상실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감정이 없는 기계 문명에 몰입하고 이성과 생각이 작동을 멈춰버린 결과가 아닌가 여겨진다. 인간성의 결여는 결국 도덕 기준을 붕괴시키고 인간다워지는 것을 포기한 무책임의 극치가 된다. 유발 하리리는 그의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자유민주주의적 인본주의가 기술 인본주의로 넘어가면서 과학기술이 인간의 본성을 밀어내고 기계에 의존한 기술이 모든 것을 통제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감정이나 의지가 작동하지 않는, 데이터에 의존한 사이버 공간에서 모든 것이 일어나고 사람들 모두가 이 기계가 수집하고 정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려준 결론과 지침에 의해서 행동함으로서 개인의 의지는 필요가 없게 된다. 즉 인간이 커다란 컴퓨터 속, 한 칩 역할을 한다고 한다.
 밥을 같이 먹으면서 우리는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통로를 마련하였고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며, 같이 술잔을 기우리면서 평소 할 수 없었던 속마음을 들어 상대의 이해를 구하는 따뜻한 교류의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 더욱 혼자 생활은 인간의 본성인 외로움이 극대화되어 사고의 폭을 좁게 만들고 외곬으로 빠지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외로움을 벗어나려고 반려동물에 의지하나 감정 이입이 한계가 있는 동물이 어찌 인간의 생각을 이해하고 더불어 마음의 대화가 되겠는가. 단지 살아있는 생체가 나의 허전한 마음의 일부를 채워주는 역할을 할뿐.가는 큰 흐름을 박을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서로 만나 인정을 나누고 상대를 이해하는 풍토를 만들어가야겠다. 우선 회사나 사회집단에서 업무와 상관없는 소그룹 모임을 자주 만들고 토론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운동이 필요하며 새로운 개념의 주민 반상회로 이웃과 소통의 통로를 마련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급격히 늘어가는 노인들을 양로원이나 요양원으로 몰아, 격리시키기 보다는 사회구성원으로 대우하기 위하여 네덜란드나 미국에서 시범 실되고 있는 공동 촌락을 만들어 같이 참여하는 여건을 만들어야겠다. 국가사업으로, 혹은 뜻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공동 거주 구역을 만들어 이 안에 유치원과 중 고등학교가 들어서고 양로원이 함께하면서 의료기관, 스포츠센터와 위락시설, 그리고 일거리 터가 만들어 지면 모든 세대가 서로 돕고 생각을 공유하면서 함께 생활하는 '우리'들의 '같은' 생활 터전이 만들어 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사회 재구성운동을 함께 고민해 보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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