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제천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또다시 경남 밀양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가고 있다. 지난 26일 발생한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사고로 사망 37명, 부상 120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화재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이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성공적으로 불을 껐음에도 인명피해가 너무 커 주변을 안타깝게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북에서도 공공시설의 화재 예방 등 안전 문제를 밀도 있게 분석하고 대책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학생들이 오랜 시간 머무는 공간인 학교 역시 화재 발생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차제에 다각적인 대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통상 학생들이 수업 후에는 상주하지 않고 불에 잘 타는 가연물이 적다는 점에서 학교는 화재의 안전지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교 건물의 구조적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학교 리모델링에 많이 사용되는, 일명 ‘드라이비트 공법’의 건물은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는 건물의 벽 외부에 직접 접착제를 바르고 단열재를 붙이는 것으로 시공이 쉽고 건축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 외에 화재에 취약하다는 치명적 단점을 갖고 있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판단력이나 스스로 대피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화재 안전망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사실 학교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은 찾아보면 너무 많다. 학교마다 주변의 주·정차 문제가 심각해 소방차의 신속한 통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북에서도 학교 인근의 좁은 도로마다 주·정차된 차량들로 몸살을 앓는 현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학교의 대피훈련 시스템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지난 2015년에 미국 뉴저지의 프린스턴 대학에 연구차 다녀온 적이 있다. 미국에서 생활하며 가장 눈여겨 본 대목이 바로 아이들을 위한 안전 시스템이었다. 미국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매월 화재 대피훈련을 실시한다. 학교의 모든 직원은 물론 학교를 방문한 학부모들까지 이 훈련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누구나 예외 없이 실제 상황과 똑같이 훈련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은 특히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와 소방서, 담당부처 공무원들이 서로 힘을 합치는 협업(協業)을 중시한다.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실질적인 제도 마련은 물론 모든 부서의 협력, 그리고 학교 현장의 진지한 교육과 실천이 중요한 셈이다.
 학생안전복지와 관련한 별도의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일이다. 물론, 전북교육청에는 학생안전관리지원단이 있지만 이를 확대 개편해서 학생 안전을 총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각종 사고로부터 학생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학교 폭력 등을 예방하고 학생 복지를 전담할 수 있는 부서를 신설해 대응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학교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 전북이 교육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면 무엇보다도 학부모가 안심하는 학교, 학생이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 수준이 바로 전북의 경쟁력이다. 이번 기회에 학교의 소방시설과 안전에 대한 문제 등을 총체적으로 살펴보고, 나아가 전반적인 안전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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