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오피니언l승인2018.02.01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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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시대 위나라 왕 의공은 두루미라는 새를 유독 좋아했다. 두루미를 마차에 앉혀 데리고 다니는가 하면 두루미를 돌보는 사람에게 벼슬을 내리기도 했다. 또 두루미 중 빼어난 자태를 가진 새에게는 장군이라는 칭호까지 붙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고상한 취미이긴 했지만 도가 지나쳐 그만 정사를 소홀히 하는 결과를 낳았다. 백성들은 흉년으로 굶주리는 데도 이는 외면하고 그저 두루미 기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결국 민심이 떠나면서 나라가 망하는 사태까지 가고 말았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나 중국 등 동북아에서는 두루미를 무척 아끼고 사랑했다. 두루미는 우아한 자태와 맑은 울음소리가 특징이다. 또 수명이 길고 성질이 고상한데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있어서 뭇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또 그 기상이 고고하다고 해서 선비에 비유되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두루미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여러 요소를 갖추고 있다. 몸 길이가 140cm에 달하고 날개를 죽 펴면 거의 2m에 달한다. 하늘을 나는 새 중 가장 키가 크다. 또 온 몸이 흰색이고 군데군데 흑색이 섞여 있는데다 머리는 붉어 자태가 아름답다. 무엇보다도 수명이 길다. 보고에 의하면 검은목두루미는 최고 86년을 살았다고 한다. 또 일부일처제를 철저히 지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루미는 그 개체 수가 매우 적다. 희귀한 새다. 전 세계적으로 3000마리 내외가 남아 있다고 한다. 특히 근래에 와서는 서식지 환경이 파괴되고 남획 등이 겹쳐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68년 천연기념물 제202호로, 2012년에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올 겨울 철원 평야에 두루미가 대거 날아들어 이곳이 세계 최대 월동지 임이 확인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임진강과 한탄강 등을 낀 철원 평야 150㎢ 평지에 희귀새 두루미 930여 마리가 찾아왔다. 지난 1999년 382마리, 2008년 603마리에 비해 많이 늘었다. 이곳은 겨울에도 얼지 않는 여울이 있는데다 먹이가 풍부하고 주변 환경도 잘 보전된 덕분에 두루미들이 즐겨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가운 일이다. 우리 조상들이 어지간히 좋아하던 두루미가 우리나라에서 잘 사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좋은 일이다. 예로부터 멸종 위기종인데다 상서롭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두루미인 만큼 앞으로도 철저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자연 보호에 있어서는 선진국 대열에 든 것 같아 마음이 넉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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