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하버드 대학(Harvard University)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에 의한 재미있는 조사가 있다. 미국인들의 일생을 기준으로 가용시간을 조사한 것이었다. 70년을 산다는 기준으로 잠을 자는데 23년 먹는데 6년 가사를 하는데 4년 기다리는데 5년 등의 시간을 보내고, 유용한 가용시간은 27년에 불과하다는 조사였다. 이후 비슷한 조사들이 많이 이루어졌고, 이를 기반으로 시간 관리기법이나 경영 전략 등의 형태로, 시간이라는 한정되고 독특한 자원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대체로 이러한 시간 관리에 대한 논의들의 초점은 자본주의와 그에 기반 한 경쟁사회라는 큰 틀 안에서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시간을 쓸 것이며, 이를 통해 남들보다 우위에 서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것인가에 맞추어져 있다. 대부분의 자기개발서는 시간에 주목하며, 경쟁사회에 내던져진 우리는 어떻게든 시간이라는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만 그 속에서 살아남는다고 설파하고 있다. 그러한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고개를 끄덕거리며 시간의 소중함을 되새기고서는, 경쟁에 나설 채비를 하곤 한다.
 
 시험을 목전에 둔 수험생들이나 경쟁적 입시 시스템 속에서 압박받는 많은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허투루 보낸 시간들을 후회한다. 그럴 때 마다 그들에게 해주는 답이 있다. 간단명료하게는 학습을 즐기라는 것인데 그런 답을 들을 때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대답은 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을 어떻게 즐길 수 있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추천해 주는 구체적 방법이 몰입이다, 무엇인가 할 때 몰입된 시간은 그 흐름도 빠를뿐더러 일 자체에 대한 만족과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학습 또는 일을 즐기는 방법은 어찌 보면 참 간단한 일이다. 가용시간이란 개념을 혹은 안정적 미래라는 생각을 머리에서 지우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우리는 개미와 배짱이의 우화가 주는 신화에 매몰되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열심히 해서 나중을 대비하자는 믿음이 마치 절대적 진리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힘들고 고되다고 생각되는 일들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참고 견뎌가고 있다. 그러나 가용시간이란 매 순간이며 모든 찰나의 시간들이 모여 삶이 이어진다고 보면, 지금 이순간이 나에게는 유용한 가용시간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학습과 일을 하던 휴식을 취하던 그것이 내게 주어진 소중한 가용시간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미래에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이란 허상을 머릿속에서 비워낼 수 있다. 학습과 일에 쏟는 시간을 미래를 위한 연료나 자원 정도로 볼 것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시간으로 재정립 해보자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속기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신 레몬을 먹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해 입 안 가득 침이 고이도록 명령을 내린다. 그렇다면 공부와 일에 있어서 스스로 암시를 거는 것은 어떤가. 하기싫고 지루한 일을 억지로 재미있다고 믿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마치 자기기만처럼 느껴지고 효과도 그리 크지 못하며 지속성도 매우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몰입이다. 몰입은 짧은 한 순간에서 그다음 순간에 이를 때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보통 이러한 인지는 즐거운 경험을 할 때 특히 잘 이루어지는데, 자신의 기량에 상관없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아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자신이 어떤 일을 잘 하고 있는지 언제든지 알 수 있는 즉시성에 기반 해 몰입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한 어린 남자아이가  택배로 배달 온 의자를 조립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아이는 의자의 등받이가 어디에 부착되어져야 하며 어디에 너트와 볼트를 조여야 하는지, 잘 안되면 어디를 건드려야 하는지 매 순간 그 다음에 해야 할 일들을 알고, 의자가 제대로 조립되었는지 앉아보고 높이를 조절해 보면서 시험해 볼 것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어떤 일이든 아이가 그런 일을 하고 있을 때는 그 일과 관련이 없는 것은 무엇이든지 순간적으로 모두 잊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그 순간을 온전히 자신의 시간으로 소화하게 되고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시간이 갖는 절대적 속성인 불가역성을 생각해 보면 지난날을 후회하며 보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거꾸로 생각해 보면 나에게 남아있는 가용시간을 고민하며 현재를 재단해 가는 것이 현명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상기해야할 것은 현재를 희생한 미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미래의 어느 순간보다 덜 가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에 대한 이해이다. 현재를 온전히 내 것으로 보내는 것은, 특히 그것이 어렵고 지치는 일 일수록 자기암시를 통해 몰입하여 일하는 것이라 믿는다.
                                    /정석우<직관과 분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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