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가 농생명 연구 및 생산 등 집적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일반에게는 농생명 연구가 생소하다. 전라북도 도민 역시 그렇다. 이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및 시군기술센터에서 그간 추진해 온 농생명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도내 농생명 연구 현장에서 결과물이 농가에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파급력이 향후 전북 농업 경쟁력을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 추측해 본다.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원들에게 향후 전북 농생명 산업이 가야 할 방향도 물어 봤다.

◆흑목이 연구 목적

우리가 탕수육에서 자주 발견하는 목이버섯은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조직이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고 특유한 맛과 향이 있으며, 씹는 촉감이 좋고 건조가 잘 돼 보관과 저장성이 강한 장점이 있다.
영양가도 비교적 높은데, 단백질, 칼륨, 인, 철, 칼슘이 많으며, 각종 비타민의 함량이 높다.
특히, 섬유소 함량이 높고 교질상 물질이 많아서 식용하게 되면 식도 및 위장을 씻어내는 특수한 작용을 하게 된다.
외국에서는 인체 내에 들어간 털 및 섬유 모양의 잡 물질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므로 광부 또는 방직공장 근로자들이 애용했다고 한다.
의학적으로는 혈액을 적당히 응고시키는 작용이 있어 출산모 또는 출혈이 심한 환자에게도 이용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예부터 불로장생의 버섯으로 인식돼 있으며, 지금도 검정귀버섯으로 전 국민이 즐겨 먹고 있다.
이러한 장점과 함께 콜라겐 성분이 많아 여성 피부미용에 좋다는 소문에 한 때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중국산 건조 흑목이버섯이 대량 우리 식탁에 올랐는데, 식약청 다소비식품 수거 검사 발표(2010. 9. 8)에 의하면 납, 카드뮴, 이산화황이 기준치 이상으로 함유돼 소비자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소비자 불신은 증가했다.
또한 이로 인해 국내 버섯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도내 버섯재배 농가들 역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북농업기술원은 2011년부터 흑목이버섯 육성 연구를 시작했다.
우리 고유의 목이버섯 품종을 개발해 수입산을 대체함은 물론, 품질 좋은 목이버섯을 생산·공급함으로써 소비자 건강을 챙기고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는 게 목표였다.

◆연구과정

우리 품종 개발은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전북도농기원 유영진 박사(57)는 우리 품종만의 차별성이 필요하다고 판단, 자연계에서 유전자원을 구해 기존 품종과의 구별성을 갖춘 품종을 개발키로 정했다.
이에 먼저 국내 유전자원 및 외국자원 40여종을 수집했다.
버섯에서는 자실체가 발생하는데, 이들 자원들의 각 자실체에 대한 특성을 조사하는게 우선이었다.
이후 평가를 통해 형질이 좋은 모본(단포자)과 부본(단포자)을 선발하고, 이들(약 20억개 포자)로부터 포자를 분리한다.
분리한 포자를 육종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포자들 중 단포자만 선발한 다음, 이들을 이용해 단포자 교배와 교배된 계통에서 우수한 계통을 선발한다.
이후 실증시험을 거쳐 흑목이버섯 '현유' 품종을 5년만에 개발했고, 2016년 품종 출원을 완료했다.
'현유' 품종은 생육 온도가 25℃의 높은 조건에서도 생육이 가능해 고온기인 여름철에 재배가 가능하고, 중국으로부터 배양배지로 수입된 품종보다 수량이 45% 높아 농가 소득에도 기여하고 있다.

◆기술 발전

'현유'는 생육 중 온도가 높아져도 탈색되지 않고, 비닐하우스와 같은 시설에서도 생육이 가능해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중국산 배양배지는 국내 환경에서 적응력이 떨어져 생산량의 40% 정도가 피해를 입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영진 박사는 2012년부터 흑목이버섯 맞춤형 재배기술에 대한 연구도 시작했다.
개발기술은 흑목이버섯의 생력화를 위해 종균(씨앗)개발 체계를 정립하는 것과 고품질 생산을 위한 봉지재배기술 개발이었다.
먼저 종균 생산은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농가와 소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농가를 구분해 농가들의 생산 규모에 맞는 맞춤형 종균생산기술을 개발했다.
대량생산에 적합한 기술은 액체 상태에서 종균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 일반농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흑설탕, 볶음콩가루, 감자추출물 재료의 최적 농도를 밝혔는데, 개발된 기술은 재배기간을 20일 정도 단축할 수 있어 경영비 절감에 도움이 됐다.
또 소규모 농가를 대상으로 한 종균 생산기술은 톱밥을 이용한 재조기술로, 필요한 재료의 톱밥과 톱밥 재료에 적합한 영양원을 선발했는데, 참나무톱밥을 사용할 때는 영양원으로 미강을 혼합하고, 포플러톱밥을 사용할 때는 밀기울을 사용하는 흑목이버섯 전용 톱밥종균을 개발해 실용화시켰다.
또 고품질 흑목이버섯을 생산하기 위한 봉지재배기술로 혼합배지를 선발하고 발이 조건을 개선했다.
봉지재배 기술은 배지 재료 선발로 참나무톱밥에 면실박과 밀기울을 혼합한 배지를 선발하고, 산도가 약간 높은 곳에서 생육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흑목이버섯의 특성상 탄산석회를 첨가한 배지를 최종 개발했다.

◆파급 효과

전북도농기원의 흑목이버섯 생산기술 개발로 연간 31억원 이상의 수입을 대체할 수 있게 됐고, 목이버섯에 대한 경쟁력도 지속 향상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생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에너지 절감형 비가림하우스와 농한기에 사용하지 않는 육묘장을 이용해 재배할 경우 경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영진 박사는 벼 육묘장과 고구마 종순 하우스에서 생산이 끝난 후 휴경 기간에 '현유' 품종의 재배 적응성을 검토했다.
이곳에서 8월 경 시험재배를 시도한 결과, 목이버섯톱밥재배사로 이용할 경우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흑목이버섯은 2012년 익산시 1개 농가에서 재배하기 시작했으나, 지속적인 컨설팅을 통해 현재 도내 15농가(2.5ha)에서 재배하고 있다.
또한 '현유'를 전북지역 농업경영체를 대상으로 통상 실시해 도내 버섯 보급에 기여하고자 했다.
통상 실시란, '올자란'(익산)과 '버섯마루'(진안)에 '현유' 품종의 독점적 사용권을 3년 동안 양도하는 것이다. 
타 도에서 '현유' 품종 보급 및 재배기술 전수를 원했지만, 전북지역 농가들의 경쟁력을 먼저 키운 후 이전해 주겠다는 의도였다.
반응은 최고였다. 비닐하우스만 있으면 재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또 고온성 품종이어서 벼 육묘장 등을 통해 여름에 재배하기에 시설비 등을 크게 아낄 수 있었다.
아울러 2017년에는 '현유'를 배양완료배지 상태로 일본 이치모 회사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일본 수입업체에 따르면 '올자란'의 '현유'는 갓이 부드럽고 탄력성이 우수해 일본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수출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영진 박사는 중저온성 품종 '현풍'을 개발했는데, '현유' 품종을 재배하기 어려운 저온기에 '현풍'을 재배해 1년 내내 농가에서 목이버섯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은 성과가 농가 현장에 실용화 되고 확대된다면, 전북 농업의 새로운 소득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현재 전북도농기원에서는 목이버섯을 활용한 국수, 장아찌, 요구르트 등 시제품 개발에 나서는 등 전북을 '목이버섯의 메카'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어려움

유영진 박사가 홀로 '현유'를 만들어내는 데는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다.
자연계 유전자원 버섯 자실체에서 단포자를 뽑아내는 기술이나 이를 발아시키는 기술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현미경으로 각각의 협구(클램프)를 찾아내는데 어려움이 컸다.
또한 4,000여개의 발아종으로 조합을 만들어 내는데 현미경만 들여 보다가 시력이 저하되고 구토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이들을 무균상으로 오염 없이 키워내고, 특성을 평가해 4,000여개에서 각각의 자실체를 발생시켜 다시 특성을 평가하는데 5년이 걸렸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된 게 '현유' 품종이다.
유영진 박사는 "버섯 연구 30년 중 지난 5년이 가장 힘든 기간 이었다"면서 "하지만, 현장 농가들이 '대박이 터졌다'며 기뻐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북 농생명 산업의 방향은

유영진 박사는 '농업은 생명이다'는 말과 '전북은 농도'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해 슬프다고 말한다.
도내 농업 연구기반과 관련 산업이 상대적으로 빈약한데, 인구는 자꾸 줄어 그런 표어들이 더 이상 전북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북이 농생명 산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미래에도 농업 연구는 지속될 것이고, 농업에서 발생되는 산업이 전북을 먹여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영진 박사는 "정보 홍수로 미래에 선생님들이 사라져도 먹거리를 연구하는 농업은 오히려 발전할 것"이라며 "전북이 농업 연구를 등한시 하는 편이지만, 농업을 살리는 길이 전북을 살리는 길임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 분야의 연구 인력을 육성하고, 관련 산업 인프라를 갖춰야 함도 역설했다.
유 박사는 "사람을 키우는 게 경쟁력이다"면서 "도내 각 학교와 기관 농업연구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우수인재들이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 청년농업인과 연구원들에게 장학금과 농업정착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유 박사는 "국가 연구원들은 국민과 농민이 우리의 존재 이유임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연구 등 모든 방향은 국민과 농민을 돕기 위한 쪽으로 흐르게 마련이다"며 "이곳에도 우수인재가 많아지면, 도내 농업경쟁력 강화는 물론,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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