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XX야 너희가 사람이니, 사람이야?”

조용하던 법정에 일순간 욕설과 함께 고함이 터져 나왔다. 재판 과정에서 울분을 참던 한 방청객이 퇴장하는 피고인들을 향해 끝내 절규했다. 7일 고준희양 암매장 사건 첫 재판이 열린 전주지방법원에서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 장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은 전국에서 몰린 취재진과 시민사회단체, 일반시민 등으로 시작 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친부 고모(37)씨와 내연녀 이모(36)씨, 내연녀 모친 김모(62)씨 등 이들 3명은 수의를 입고 마스크로 자신들의 얼굴을 가린 채 법정에 들어섰다. 하지만 재판부 지적에 의해 금세 민낯을 드러내야 했다.

고준희양 사건을 수사한 김명수 전주지검 형사3부장이 20분 남짓 공소사실을 읽어 내려가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울음을 참지 못해 흐느끼는 소리까지 세어 나오면서 법정 안은 대체로 침울한 분위기였다.

방청객들이 안타까운 심정을 감주치 못한 것과 달리, 피고인들로부터는 눈물을 흘리는 등 애도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다만 고개를 떨어뜨려 바닥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씨는 자신에 대한 공소사실 부분에서 인정하지 못한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피고인들은 검찰의 모두진술에 대해 변호인을 통해 “전체적인 공소사실은 인정하고 반성한다. 다만 공소사실 기재와 일부 행위에 차이 나는 부분이 있다.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씨만이 자신의 혐의 일체에 대해 인정했다.

첫 재판이 끝난 직후에도 방청객들은 정신적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 듯 쉽사리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내연녀 모친 김씨와 수년째 이웃이었다는 방청객은 “김씨는 개미 한 마리조차 죽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빨리 알고 신고했더라면 준희가 죽지 않았을 텐데”라면서 말을 끝맺지 못했다.

충북 청주 꽃동네대학교에서 찾은 사회복지학 전공 대학생 4명도 먹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설영(24)씨는 “학교 특성화 사업으로 복지순례를 다니는 중이다. 우연한 기회로 고준희양 사건 재판을 방청하면서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심정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새벽 첫차를 타고 원주에서 온 서혜경 아동학대 피해가족협회장도 인터뷰 도중 수차례 울먹였다. 서혜경 협회장은 “한 아이가 채 5년도 못 살고 숨을 거뒀다. 고작 5살짜리 아이가 때리면 때리는 데로 짓밟히는 생을 살았다. 너무 아프고 초라하게 살다 갔다. 그만큼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피고인 변론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죄를 감추고 무죄를 주장할게 아니라 지은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법리적으로 다퉈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고준희양 측 변호인은 “현재 피고인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검찰을 도와 실체적 진실을 밝혀 법의 엄중함을 느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준희양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3월 14일 오전 11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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