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은희 4번째 개인전 ‘영원한 봄의 땅Ⅱ-슬릿slit'이 7일부터 12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자본주의의 구조가 파생시킨 자연과 인간의 황폐화되는 문제를 시각화하는 것이다. 슬릿은 자본주의 사회 모순의 알레고리이다. 슬릿은 틈, 구멍, 상처, 찢다, 베이다 등의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슬릿이라는 원음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파괴되는 상실의 이미지를 효과적이고 우의적으로 나타내고자 하였다.
  작품 속 색은 제한하여 사용하였으며, 건조한 갈증의 노랑, 깊은 심연의 감성을 울리는 보라, 고요하고 냉철한 회색은 상실과 상처를 극대화하는 색인 동시에 관람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색이라고 볼 수 있다. 물감이 번지고 섞이는 색채 이미지는 슬릿의 분리 이미지와 함께 대조를 이루는 동시에 조화를 형성한다.
  작가는 갈라져 터지거나 찢어지고 베인 이미지에서 시대의 봉합되지 않은 상처와 인간의 상실감을 본다. 그것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뇌이다. 우리는 사막화되고 있는 대지와 같이 바짝 말라 터진 상처투성이의 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것을 상품가치로 환산하고 자본축적을 치달으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전주대학교 산업미술학과 및 원광대학교 대학원 섬유미술전공 졸업, 전남대학교대학원 미술이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예술가의 역할을 생각하며 시대의 모순과 부조리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환경, 자본주의, 인권 등을 주제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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