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인류 문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발명품 중의 하나는 차륜(車輪)이라고 불리는 바퀴였다. 기원전 3,500년쯤에 처음 제작되어 사용한 초기 바퀴는 통나무를 둥글게 잘라 원판으로 만든 형태였다고 한다. 이후 축의 양쪽에 바퀴를 설치한 수레로 발전해 물건이나 사람을 이송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오랜 동안 수레의 시대가 지속되면서 인류는 사람이나 짐승의 힘으로 굴리는 수레가 아닌 자체의 힘으로 달리는 수레를 꿈꾸게 되었다. 그리고 1885년 독일의 다임러와 벤츠는 사상 최초로 가솔린 기관을 이용한 2륜차와 3륜차를 제작하면서 인류의 꿈이 현실이 되었다, 지금부터 130여 년 전에.

이후 자동차산업은 GM, 포드, 도요다, 벤츠, 폭스바겐, 현대 등 메이저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성장 발전해 왔다. 이들 기업은 내연기관 기술을 기반으로 부품업체와의 산업 생태계를 공고히 하며 새로운 플레이어의 접근을 차단해 왔다. 그러나 최근 환경규제와 공유경제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이들 생태계도 거센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인 미국의 테슬라는 전기자동차인 보급형 모델3와 프리미엄급 모델S를 시장에 출시하면서 이 분야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부각되고 있다. 전기트럭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활성화는 자동차의 심장이 내연기관에서 모터로, 연료가 석유에서 배터리로 변화함을 의미한다. 내연기관과 관련한 수많은 부품이 이제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관련 서비스 분야에도 놀라운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우버사는 차량 공유(car shared)서비스 분야를 개척하여 전 세계에 큰 시장을 만들었다. 중국 1위의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디추싱은 가입자 4.5억 명에 이를 정도로 독보적인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자동차를 소유에서 공유로 바꾸어 놓으며, 공유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자동차(自動車)가 자체의 힘으로 달리는 차라는 의미를 가지고 거듭된 발전을 이룬 지 130년이 흐른 지금 자동차 기술은 또 다른 커다란 변혁에 직면하고 있다. 엔진 기반의 자동차에서 친환경 기술과 똑똑한 자동차라는 의미의 스마트 기술을 넘어선 거대한 흐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자동차(自動車)의 개념이 ‘자체의 힘으로 달리는 차’에서 ‘스스로 달리는 차’라는 진정한 의미의 자동차(自動車)로 진화하면서 '달리는 스마트 폰'으로 불리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개발과 적용은 운전자가 운전으로부터 해방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하고 정지하고 주차하는 기술적 의미와 탈 것이라는 의미를 넘어, 사람과 사물, 그리고 공간을 연결해주는 사무실이요, 쉴 공간이요, 하나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진화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촉진되자 관련 카메라와 센서 기업이 키플레이어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영상신호 처리 1위의 이스라엘 벤처기업 모빌아이는 17조 6000억 원에 인텔에 인수되었다. 모빌아이의 2016년 기준 매출액 358백만$, 종업원 수 660명임을 고려하면 놀랄만한 사건이다.

수레에서 자체의 힘으로 달리는 자동차 기술이 정립되기 까지 5,500년이라는 긴 세월이 소요되었지만,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개발하기까지는 13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젠 자동차와 도로 보행자가 따로따로인 시대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스마트 시대가 되었다. 미래를 위한 투자 방향이 명확해진 것이다. 전북도가 상용차 자율주행에 집중하고 추진하는 이유이다. 산학연관 협력을 통하여 자동차기술의 혁명적 변화에 동승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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