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남북 간 관계 회복 움직임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면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평양을 방문해달라는 공식 초청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특사로 보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북한 고위급 대표단 접견 및 오찬 회동에서 김 부부장은 친서와 함께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한 시간에 북을 방문해 달라”고 구두로 초청의사를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화답했다.

불과 40여일 전만 해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남북 관계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단일팀 구성, 고위급 대표단 파견 그리고 문 대통령에 대한 방북 요청까지 순식간에 화해 국면을 맞은 것이다.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이은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되지만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을 만들자’는 대목은 많은 고민을 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말한 ‘여건’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2007년 이후 10여년 만에 이뤄지는 것인 만큼 성과 있고 의미 있게 되려면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과 분위기가 같이 무르익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면담에서 김 부부장과 김영남 북한 고위급 대표단장에게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에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북쪽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중이다.

북핵 문제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강력한 제재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정상회담에 동의할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평창을 찾은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올림픽 환영 리셉션장에서 북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악수조차 나누지 않고 떠나버리는 등 북측 일행과 대면조차 하지 않으려는 제스처를 곳곳에서 취했다.

이에 따라 방북 제안을 받은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복귀하도록 계속 설득하는 동시에 미국 측과도 향후 대응을 긴밀하게 조율하는 것이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북 고위급 대표단 회동은 2시간 40여분 가량 이어졌으며, 오찬에는 평창산 황태요리와 북한의 대표적인 백김치, 여수 갓김치, 천안 호두과자, 한라산 소주 등 한반도 팔도 음식이 메뉴로 올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찬은 화기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을 활성화해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이어나가자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날 저녁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은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를 함께 관람하며 응원하기도 했다.

김여정 특사를 비롯한 북한 대표단은 1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국립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 관람을 끝으로 남측 인사들의 환송을 받으며 2박 3일간의 방남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이동 전용기인 참매-2호를 타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청와대=최홍은기자·hii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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