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올 한해는 우리 헌정 역사상 중대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1987년 헌법체제를 혁파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건설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가 하는 기로에 서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촛불혁명’ 이후 6월 13일 지방선거에 맞춰 1987년 헌법을 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정파 간의 이해득실을 고려하느라 개헌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신년기자회견에서 여소야대의 정치구도 상 개헌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여야의 공통분모를 찾아 개헌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의 권력구조에 대해 합의를 이뤄낼 수 없다면 다음으로 미루는 방안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1987년 체제를 혁파하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의 의지를 절실하게 표명한 것이다.

1987년 헌법은 우선 군사독재를 청산하는데 최고 목표를 두었다. 즉 직선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역점을 두고, 그를 통해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걸맞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이라든지 지역의 균형적 발전 등 실질적인 헌법가치를 실현하는 데는 크게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순실 국정농단사태 등으로 민낯을 드러낸 최고 권력의 무능과 부패, 여전한 정경유착의 폐해는 나라를 누란의 위기에 빠트리고 말았다.

우리 국민은 이에 대해 ‘촛불혁명’ 과정에서 ‘이게 나라냐?’는 비판을 강력히 제기했다. ‘이게 나라냐?’는 비판은 1987년 헌법체제가 사실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질책을 정치권에 보내는 것이다. 국민의 기본적 인권이 무시되며, 천민자본주의가 아직도 청산되지 못하고 정치권에 기대며 독버섯처럼 기생하는 것이 문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를 건설하고 ‘촛불혁명’을 완수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어 새 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

‘나라다운 나라’의 건설은 기본적으로 1987년 헌법체제를 혁파하는 데서부터 가능할 것이다. 우선 대통령이 제안한 것처럼 민주화 운동 역사의 정통성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대통령은 “새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 5·18 광주민주항쟁, 6월 민주항쟁, ‘촛불항쟁’ 정신을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맨 앞자리에 동학혁명을 명기함으로써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연원을 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번 개헌에서 강조해야 할 점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 균형적 지역발전, 경제민주화 등 공정한 나라의 틀을 세우는 일이다. 정부체제도 국민과 지역의 대통합을 이루며, 통일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체제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정치권의 개헌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정부가 개헌안을 마련하는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장에 13일 국민개헌자문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3월 중순까지 개헌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회의결과 국민투표 등의 일정을 고려한 대책으로 보인다. 1987년 체제의 혁파는 새 나라의 백년대계를 새롭게 세우는 중대한 일이다. 정치권도 잠시 정쟁을 물리치고, 개헌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국민은 ‘촛불혁명’의 정신이 새로운 헌법에 도도하게 넘쳐나고, ‘나라다운 나라’를 건설하기를 바란다.   /이춘구<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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