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0일북측 대표단 접견에 앞서 김여정 북한 김정은 위원장 특사와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함께 신영복 선생의 '通' 과 판화가 이철수 작가의 '한반도- 統'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10일 청와대에서 접견과 오찬을 가진 가운데 남과 북이 나눈 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10일 오후 오찬에서 나눈 대화내용을 공개했다. 윤 수석은 오찬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 주재 오찬에는 우리측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 겸 특사,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오찬은 문 대통령의 건배사로 시작됐다. 한라산 소주를 든 문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남북에 거는 기대가 크다. 어깨다 무겁고, 뜻깊은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며 ‘남북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했다.

김영담 북 대표단장은 “우리들을 따뜻하고 친절하게 환대해줘 동포의 정을 느낀다. 불과 40여일 전만 해도 이렇게 격동적이고 감동적인 분위기 되리라 누구도 생각조차 못했는데 개막식 때 북남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한핏줄이구나 라는 기쁨을 느꼈다”며 “올해가 북남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2007년 당시 자신이 총괄했던 10.4 정상회담을 회고하며 “금강산과 개성만 가보고 평양은 못 가봤다. 금강산 이산상봉 때 어머니를 모시고 이모를 만나러 간 적이 있다. 개성공단도 가봤다. 10.4 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총괄 책임을 지고 있었다. 백두산 관광도 합의문에 넣었는데 실현되지는 않았다. 오늘의 대화로 평양과 백두산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부부장은 “빠른 시일 내에 평양에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문 대통령께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님을 만나서 많은 문제에 대해 의사를 교환하면 어제가 옛날인 것처럼 빠르게 북남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며 방북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서훈 국정원장에 대한 소개도 이어갔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북을 자주 방문했던 분들이다. 제가 이 두 분을 모신 것만 봐도 제가 남북관계를 빠르고 활발하게 발전시켜 나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조 장관이 1928년 생인 김 대표단장의 생일이 2월 4일인 것을 언급하자, 문 대통령은 모친이 1927년생이라고 말하며, “아흔을 넘기셨는데 뒤늦게 나마 생신 축하한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김 상임위원장은 “조국이 통일되는 그날까지 건재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웃음으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말도 문화도 같아 왕래가 쉽게 이뤄질 것 같다는 바람을 전하자, 김 부부장은 “이렇게 가까운 거리인데 오기가 힘드니 안타깝다. 한 달 하고도 조금 지났는데 과거 몇 년에 비해 북남관계가 빨리 진행되지 않았나. 북남 수뇌부의 의지가 있다면 분단 세월이 아쉽고 아깝지만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전날 개막식에서 “우리 단일팀이 등장할 때가 좋았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김영남 위원장은 또 “역사를 더듬어보면 문씨 집안에서 애국자를 많이 배출했다. 문익점이 붓대에 목화씨를 가지고 들어와 인민에게 큰 도움을 줬다”며 “문익환 목사로 같은 문씨인가?”라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그렇다. 그 동생분인 문동환 목사를 지난해 뵈었다”고 답했다.

후식으로 오른 천안 호두과자를 두고서도 대화는 이어졌다. “호두과자가 천안지역 특산 명물이다. 지방에서 올라오다 천안역에서 하나씩 사왔다”고 하자, 김영남 위원장은 “건강식품이고 조선 민족 특유의 맛이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평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오징어’와 ‘낙지’의 쓰임이 정반대라면서 남북한 언어에 대해 언급하자, 김 부부장은 “그것부터 통일을 해야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했다.

이어 김영남 위원장이 “남측에서 온 분을 만났더니 할머니에게 함흥 식해 만드는 법을 배웠고, 그래서 많이 만들어 먹는다고 하더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우리도 식해를 잘 만드는데 저는 매일 식해를 먹고 있다. 함경도는 김치보다 식해를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남측에도 도별로 지방 특색음식이 있냐”는 김 위원장의 물음에 문 대통령은 “그렇다. 향토음식이 다양하게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최홍은기자·hii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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