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 등으로 문단 내 성폭력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자신을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라고 밝힌 한 여성이 가해자로 지목된 문인들 다수가 소속된 한국작가회의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여성은 10일 오후 한국작가회의 정기총회가 열린 서울 마포중앙도서관 입구에서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가장 따뜻한 모습과 인자한 모습으로 시를 사랑하는 한 사람에게 아주 어린 나이에 성폭행을 당했다. 긴 시간 폭력과 학대 속에 내 영혼은 마비되어 그의 꼭두각시로 시키는 대로 노예처럼 긴 어둠의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이어 "2016년 10월 SNS에서 그 가해 지목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들을 발견하고 함께 고통을 이겨내자는 마음에서 폭로를 시작했으나, 이후 수차례 보복성 고소를 당했고 그 지난한 법적 소송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문단 내 성폭력 연대자들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고 밝혔다.
  또 "가해지목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보존하며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고 오히려 피해자들을 사기꾼, 꽃뱀, 돈을 노리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범죄자들로 만들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최근 최영미 시인의 고발을 통해 이 사회에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큰 상처를 얻었다"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진정한 사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문인을 대표하는 작가회의가 진상 규명이나 해결 의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가 있었으나 너무도 실망했다. 작가회의에 구성된 징계위원회는 우리 피해자들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다"며 "작가회의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라. 내부에 여성혐오 성찰을 위한 기구를 신설하고 앞으로 성추행 성폭행이 있을 시 어떻게 할지 발표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작가회의는 1974년 설립된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계승한 문인들의 대표 단체로, 2천2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이날 한국작가회의 총회에서는 차기 이사장 선출 문제가 논의됐으며 문단 내 성폭력 문제는 주요 의제에 오르지 않았다.
  다만 최원식 이사장은 "한국작가회의는 등단이나 지면 제공, 출판, 수상을 빌미로 성폭력을 자행하는 데 단호히 반대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다. 새 집행부와 이사회가 구성되면 이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공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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