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지난 35년간 학교 교사로, 교육 현장의 교사로 살아오면서 떳떳하고 자랑스러웠다. 권위주의 시대에도 동료 교사들과 함께 교육민주화운동, 사학민주화운동, 참교육 실천을 위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교사로서의 자긍심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교사가 교단에서 힘차게 서 있을 기운을 잃어버렸다’는 얘기를 학교 안팎에서 자주 듣게 되었다.
 어떤 집단에 사기가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는 그들에게 자율적 결정권이 보장되고 있는지 없는지, 그들의 일이 존경받고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개인의 사회적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학교가 교사의 가치와 사기를 제대로 세워가기에 바람직한 교육환경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집단의 교육력은 교사의 열정과 능력에서 시작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언제까지 교육환경만을 탓하고 있어야 하는가. 교사들의 자긍심이야 말로 그들이 주체로 서서 새로운 시대의 교육을 맞아들이는 역할을 수행하게 할 원동력이기 때문에 가르치는 가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비상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 하겠다.
 그러나 교육계의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전라북도 교육청은 ‘내가 옳으니 나를 따르라’는 계몽적 군주의 태도로 8년의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에 이루어진 일이라고 본다. 학교 현장은 도교육청의 지침이 내려오면 따라야만 했고, 도교육청의 학교 단위에 대한 강압적인 감사방식은 그 뒤를 이었다. 결국 열심히 일하는 교사에게는 책임이 돌아오고 나머지 교사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교육적 행위를 방임하며 책임회피에 급급한 학교구조를 심화시키기에 이르고 말았다. 학교 단위의 교육자치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큰 틀에서 아직도 여전히 행정중심인 학교운영을 학생교육중심으로 바꾸면서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며 가르치는 교사가 우대받는 풍토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교사를 핵심 교육주체로 바라보고 그들이 자부심으로 가득 찬 교육행위를 아이들과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학교 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자기 결정권을 확대해 나가야하고 수업권을 방해 하는 교권 침해 사례에 대해서는 엄격한 대응이 교육 행정기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방법이 없어서 교사의 사기가 떨어지겠는가? 교사를 수단이나 도구로 보지 말아야 한다.
 때만 되면 교권이니 교사의 사기진작이니 하는 말들로 목청을 높이는 교육계 인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착잡한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교사를 새로운 교육의 든든한 기둥으로 세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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