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천년과 전북

오피니언l승인2018.02.13l15면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


2018년 올해는 전라도 탄생 천년이 되는 해이다. '고려사' 지리지에 의하면 1018년(고려 현종 9)에 전주목권역인 강남도와 나주목권역인 해양도를 합쳐 전라도라고 하였다.
전라도 탄생은 타도에 비해 적어도 1세기 정도 빨랐다. 경상도와 충청도는 1106년(고려 예종 원년) 각각 ‘경상진주도’, ‘양광충청도’라고 한 것이 그 모태가 되었다. ‘경상도’ 와 ‘충청도’로 지명이 확정된 것은 각각 충숙왕 원년(1314), 공민왕 5년(1356)의 일이다.
전라도 탄생이 가장 빨랐다는 것은 다른 도에 비해 지명이 가장 오래되었다는 것만이 아니다. ‘전라도’라는 도명이 가장 오래되었고, 이 지명이 천년간 바뀌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명도 의미도 크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전라도가 도제(道制) 출범이 가장 빨랐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상에 도단위로 행정구역이 묶이는 도제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려시대이다. 물론 고려시대의 도제는 조선시대의 도제와 비교해 미숙한 형태이다. 고려시대 도제는 하위직인 5, 6품의 안찰사가 6개월을 임기로 일도를 순력하면서 군현수령들의 잘잘못을 규찰하고 감독하는 순찰적 의미의 도이다. 이는 조선시대 고위직인 2품의 감사가 일도를 총괄하는 행정적 도와는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고려 5도 중에서 전라도 탄생이 가장 빨랐다는 것은 그 역사적 의미가 작지 않다. 이는 전라도가 현재의 여러 도들 중에서 하나의 도로 살아온 역사가 가장 깊은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라도는 천년간 이어온 지명도, 공동체로서의 역사도 가장 오래되었다. 그런 점에서 전라도는 가장 뿌리가 깊은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라도 천년의 역사는, 풍수의 논리로, 반역의 논리로 끊임없이 정치적 견제를 받았지만 곡창지대에 힘입어 경제적 풍요를 구가했고, 문화예술을 꽃피웠으며, 국난극복에 앞장서고 새 사회를 열어간 특질을 지니고 있다. 전라도는 우리 민족사를 이끈 주축이었다. 이는 전라도 미래 천년을 열어가는 역사적 큰 자산이다.
이러한 전라도 천년 역사의 중심이 전주이다. 조선왕조 5백년 내내 전라도 일도를 통괄하였던 도내 최고의 행정기구 전라감영이 전주에 위치했다. 조선시대 전라도는 제주도까지 포함하였다. 제주도는 광복 후 1946년에 전라남도에서 분리되었다. 전주는 제주도까지 포함한 조선시대 전라도의 으뜸도시 “호남제일성”이었다.
고려시대에도 전주가 지방통치상 나주보다 더 중심적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주와 나주가 고려시대 전라도를 대표하는 도시이지만, 이 둘을 비교선상에서 볼 때 전주가 더 대표성을 지닌 도시로 생각된다. 이는 안찰사가 머무는 전라도안찰사영이 전주에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안찰사는 직급은 낮지만 왕명을 받아 수행하는 도를 대표하는 관리이다. 고려시대 안찰사영은 조선시대 감영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나주는 고려의 어향(御鄕) 같은 곳이다. 나주는 태조 왕건의 세력기반이다. 태조비 장화왕후가 나주오씨이며, 그 소생이 태조의 뒤를 이은 혜종이다. 그래서 고려건국 후 나주가 전남권의 중심이 되었다. 통일신라 때 전남권의 중심은 무진주(광주)였다. 전주가 후백제의 왕도였음에도 나주보다 전라도 지방통치에서 더 중심적 위치에 있었다는 것은 주목되는 일이다.
지금은 전라도에서 가장 큰 도시가 광주이다. 광주가 고려건국 후 나주에 전남권의 중심자리를 내준 후 다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 것은 1896년 전라도가 전라북도와 남도로 나뉘면서이다. 전라도가 분도되면서 전남도청이 광주에 설치되어 광역시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였다.
그러나 전라도 천년의 역사를 놓고 볼 때 전라도의 중심도시는 전주이다. 광주가 대표도시가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전주와 전북이 전라도 천년사에 주목해야 하는 현재적 의미는 여기에도 있다. 전라도 천년은 전북의 자존심이요 자긍심이다. 전라도 천년의 역사를 통해 전주와 전북인의 자존감을 곧게 세우고 미래 천년을 열어가야 한다.
천년의 역사를 기념하는 것은 향후 미래 천년을 열어가기 위한 것이다. 전북도에서 펼치는 전라도 천년사업이 전북자존의 시대를 열어가는 기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전주와 나주는 전라도 지명이 탄생한 거점도시로서 역사성을 토대로 상호교류를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피니언  opinion@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전라일보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560-040]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로 75  |  대표전화 : 063)232-3132  |  팩스 : 063)284-070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 동 성
Copyright © 2018 전라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