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는 달리 올해 졸업시즌이 다가와도 비교적 조용하게 지나가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동계올림픽에서 열심히 잘 싸워주고 있는 전세계에서 모인 우리 젊은 전사들 덕분이리라. 젊은 선수들이 지난 4년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짧게는 몇초 그리고 길게는 몇 시간내에 결과를 얻어 기뻐하고, 슬퍼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졸업생의 처지와도 무관하지 않다.

어쨌던 원했건, 원치 않았건간에 졸업 시즌이 또 다가오고 있다. 졸업도 시간 흐름의 영속성을 놓고 볼 때 우리 인간들이 어느 한 칸막이 성격으로 구분을 해놓고서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지, 시간이 흐르는 측면에서 볼 때는 과거를 일단 마감하고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의미부여로 볼 수도 있다. 어쨌던 시간은 흐르기 때문이다. 즉 졸업했다고하여 과거가 없어지거나 숨겨지는 것이 아니고, 이 졸업을 바탕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그 나이에 맞는 또 다른 세계를 개척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졸업 시즌이 되면 이미 세계의 여러 유명 인사나 국내 각 총장님 이하 많은 저명한 분들이 여러 명언들을 주셔서, 굳이 식상한 이야기로 졸업생과 재학생 여러분들에게 혼선을 제공할까봐 겁이 나기도하지만, 그래도 교육 현장에서 우리 젊은이들과 지난 20년 동안 한솥 밥을 먹고, 동고동락하면서 느낀 것이 있어 제일 기본적인 것 두 가지만 강조하려한다.

우선 제일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이 '부지런함'이다. 나는 내가 속한 분야에서 지난 35년동안 계속 연구하여 세계조직공학재생의학 (TERMIS) 학회의 차기세계회장 자격으로 일년이면 동료교수, 연구원, 젊은 과학자들 그리고 석박사 학생들을 수 백명씩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결과,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이 외국인들과 비교하여 볼 때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이 바로 우리나라사람들의 특유한 "부지런함"이다.

여기서 말하는 부지런함은 무조건 하루 24시간, 한달 30일 그리고 1년 365일 동안 일만 하라는 것이 아니다. 일단은 '게으름'의 반대되는 성격으로 표현한 것이다.

내가 맡은 일을 할 때도 부지런하게, 놀 때도 부지런하게, 여가를 즐길 때에도 부지런하게, 친구를 사귈 때에도 부지런하게, 봉사할 때도 부지런하게, 남들하고도 협업할 때도 부지런하게, 데이트할때도 부지런하게, 내집 앞을 깨끗이 치울 때에도 부지런하게 등등 모든 면에서 부지런하게 생활하라는 뜻이다.

물론 이 부지런함은 '능동적'인 뜻을 포함한다. 자기 스스로가 만든 부지런함이야 말로 사회적ㆍ경제적 일의, 여가즐김의, 그리고 내 가정사에서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동적인 부지런함은 얼마나 지겹겠는가? 시켜서 하는 일이 제대로 될 것이며, 강제로 하는 부지런함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겠는가?

이 "능동적 부지런함"이 우리 세대보다 현 젊은 세대들이 시간이 갈 수록 희석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하는 이야기이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대표적 경쟁력 중의 하나였던 부지런함으로 다시 재무장을 하여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 부탁드리고 싶은 단어가 '긍정적인 생각'이다. 최근 약 10여년 전부터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유행하는 말이 'N포' 세대라는 신조어이다. 연애, 결혼, 취직, 주택구입, 출산포기, 인간관계 더 나아가서는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단어는 우리 근세사에 있어서 제일 어려웠던 시기인 1960~1970년대에도 없었던 단어였었는데 되려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되니까 어이 없이도 생긴 신조어이다.

이 N포세대의 기저적으로 깔린 생각이 바로 '부정적인 생각'에서 출발되기 때문이다. 예로서 결혼을 보면 모든 것을 다 갖춰서 하려다보니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부정적으로 되어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30여년 전에는 일단 결혼을 우선으로 놓고 보니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던 것이다. 기준선을 낮춰서, 눈높이를 낮춰서, 좀 더 고생하는 듯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안 될 일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어디에서나 부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으로 한번 되돌려 놓고 생각해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물론 젊은 분들께 쉬운 것은 아니나, 이도 자꾸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이 두 단어를 합친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부지런함"을 여러분들 졸업하는데 선물로 드리고 싶은 말이다. 인생은 통털어서 학창시절이 제일 행복하다. 학교에서 졸업하여 나오면 또 다른 형태의 전쟁과 같은 경쟁사회이다. 이 경쟁을 어렵지 않게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부지런함"이며 이를 한자로 바꿔쓰면 '一勤天下無難事 (일근천하무난사)' 그리고 좀 더 유연하게 풀면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없다"이다. 이 한자 일곱자 '일근천하무난사'를 졸업 선물로 드린다. 그리고 그간 고생하신 학부모님, 선생님, 뭐니뭐니해도 제일 고생한 졸업생도 축하합드립니다.

                                 /강길선 전북대 고분자나노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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