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9일 세계인의 축제, 제23회 동계올림픽대회가 우리나라 평창에서 개최되었다. 평창은 세 번의 도전 끝에 지난 2011년 7월 6일에 열린 제123차 IOC 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올림픽이 개최된 국가가 되었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이어서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세계인의 이목은 물론 우리나라 온 국민의 이목도 쏠렸었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은 몇 가지 점에서 세계인과 온 국민을 감동시키고 있다. 우선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북한의 핵무기 위협으로 인한 미국의 선제타격론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이 공동으로 입장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은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두 번째는 돈이 없고 눈이나 얼음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을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올림픽에 참가하여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행동하는 평화’라는 주제 아래 한국의 전통문화 정신인 조화와 현대문화의 특성인 융합을 바탕으로 첨단기술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의 문화와 정신을 세계인들에게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방송국의 중계진으로 참석하여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중계하던 연예인에 대한 논란이 옥에 티로 남는다. 이 인사는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린 행사를 중계하면서 다른 진행자들과 발을 맞추지 못하고 핀트가 빗나간 해설을 자주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그 연예인은 반쪽짜리 사과를 했다가 구설에 오르자 “선의의 쓴소리에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는 사과를 다시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논란은 원래 좋은 약은 몸에 쓰다는 양약고구(良藥苦口)의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일상에서도 “인체에 유익한 약은 먹기에 쓰고, 옳은 행동을 하라고 충고하는 말은 귀에 거슬린다”는 이 사자성어를 좌우명으로 삼는 이가 많다.
양약고구(良藥苦口)라는 사자성어는 사마천이 저술한 사기(史記)의 유후세가(留侯世家) 편과, 삼국시대 위(魏)나라 왕숙(王肅)이 편찬한 공자가어(孔子家語) 육본(六本) 편에 나오는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 원문은 良藥苦於口 而利於病(양약고어구 이리어병), 忠言逆於耳 而利於行(충언역어이 이리어행)(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몸에 좋고, 충고는 귀에 거슬리지만 행함에 이롭다)이지만, 가끔 다섯 글자로?良藥苦於口(양약고어구), 또는 네 글자로 良藥苦口(양약고구) 등으로 줄여 쓰기도 한다.
이 사자성어의 어원이 유래된 것은 다음과 같다.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의 혼란과 분열 속에서 중국을 통일하고 진(秦)나라를 세운 시황제(始皇帝)가 죽자 시황제의 폭정에 불만을 갖고 있던 수 많은 이들이 도처에서 반란을 일으킨다. 시황제 사후 4년만에 진나라를 멸망시킨 영웅호걸 중 유명한 사람이 한(漢)나라를 세운 유망(劉邦)과 초(楚)나라를 세운 항우(項羽)이다. 유방은 항우에 앞서 진나라 수도였던 함양(咸陽)을 점령한다. 유방은 함양을 점령한 후 진시황의 내궁이었던 아방궁(阿房宮)에 들어가 아방궁의 위용과 재물 그리고 궁녀들에 매료되어 항우와 벌일 싸움이나 전투는 생각하지 않고 주색잡기에 빠져든다. 이 때 유방의 강직한 용장 번쾌(樊?)가 충정어린 진언을 하였으나, 유방은 이를 무시하고 여전히 주색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를 본 유방의 책사 장량(張良)이 목숨을 걸고 다시 간언을 했다. “은(殷)나라 탕왕(湯王)은 곧은 말을 하는 충신이 있었기에 번창했고, 하(夏)나라의 걸왕(桀王)과 은(殷)나라 주왕(紂王)은 무조건 따르는 신하들이 있었기에 멸망했습니다. 부디 번쾌의 진언을 가납(嘉納:권하는 말을 기꺼이 들음)하시오소서”라고 말했다. 여기에서는 “독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다(毒藥苦於口 而利於病/독약고어구 이리어병)”고 되어 있다. 장량의 말에 정신을 차린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중국을 다시 통일하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정치인이나 기업가들이 제대로 정치나 기업을 운영하도록 쓴소리를 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정치인이나 기업가들은 그런 쓴소리를 싫어해서 쓴소리를 하는 인사를 멀리하거나 아예 귀를 닫아버리고 산다.
공자께서는 “임금이 잘못을 저지르면 신하가 간(諫)해야 하고, 아버지가 잘못을 저지르면 아들이 간(諫)해야 하고, 형이 잘못을 저지르면 동생이 간(諫)해야 하고,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면 친구가 간(諫)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나라에 위태하고 망하는 징조가 없고, 집안에 패란(悖亂)의 악행도 없고 부자와 형제에 잘못이 없고, 친구와의 사귐도 끊임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바른 길로 가지 않을 때 쓴 소리를 하여 바로잡아주는 친구는 훌륭하고, 그런 친구를 옆에 두고 그것을 깨닫고 고치는 사람은 더 훌륭하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쓴소리를 하는 인사가 많아지고 그것을 경청하고 고치는 인사도 많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김동근<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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