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인데요. 선생님 계좌에….”

지난해 9월 11일 오전 11시 40분께 A씨(익산시)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다른 사람이 빼가려하니 인출해 보관하라는 통화다.

A씨는 계좌에 있던 2400만원을 찾아 집에 보관한 뒤 소개받은 경찰을 만나러 일러준 장소로 향했다.

집 열쇠는 수사협조를 위해 지정한 장소에 뒀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보이스피싱에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돈은 사라지고 없었다.

“우체국인데요. 위법 신고가 들어와서 경찰에 접수할게요.”

하루 뒤인 12일 오전 9시께 B씨(전주시)에게도 흡사한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다.

B씨는 우체국 직원 뒤로도 경찰, 금융감독원 직원들과 재차 통화했다.

B씨 역시 은행에서 2200만원을 찾아 집안에 보관한 뒤, 집 열쇠를 두고 집밖을 나섰다.

전주지법 형사2단독 최수진 부장판사는 절도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C씨(31)에게 징역 2년을, 중국 국적 D씨(26)에게 징역 1년 2개월, 말레이시아 국적 E씨(24)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해 C씨는 중간관리자를, D씨와 E씨는 현금수거책 역할을 맡아 A씨와 B씨로부터 4700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C씨는 총책으로부터 주소지 등을 전달받아 D씨와 E씨에게 절도 행각을 지시, 전달받은 금원을 상위 조직원에게 전달했다.

조사결과 이들은 중국 스마트폰 채팅 어플을 통해 “고객 집에서 돈을 가져다주면 수고비 8%를 주겠다”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해마다 수십 억대 재산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5년 동안 2876건의 보이스피싱 범죄 신고가 접수됐다. 해마다 500건에서 600건에 달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피해 금액만 206억7000만원 상당으로 집계됐다. 전북 경찰은 접수된 보이스피싱 범죄 가운데 2386건, 2924명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만큼 사회적 폐해가 상당하다”면서 “수사기관과 금융기관에서는 개인정보가 유출되었거나 예금을 보호해 준다는 내용의 전화를 하지 않는다. 예금 전액을 집 안 특정 장소에 보관하라든지 현관 비민번호를 물어보면 의심하고 곧바로 112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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