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관 파메딕스 대표이사

 

세계의 보건의료산업 시장은 약 8,000조원 규모이다. 3,800조원의 IT산업, 1,800조원의 자동차 산업 시장을 합한 것보다도 훨씬 더 큰 시장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국가 성장 동력 전략산업으로 보건의료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1940년에 페니실린이 시장에 나온 후 인류의 삶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전염성이 강한 감염병으로부터 해방이 되고 나서 수명은 안정적으로 연장되었다. 페니실린 제제는 아직도 병원에서 주로 처방하는 약물중의 하나로 아스피린과 같이 100여 년을 인류와 함께 하는 필수의약품이 된 것이다. 이렇듯 혁신적인 의약품의 개발은 인류의 역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자산이다. 나아가 현대의 군사적 생물학적 무기에 대비하는 전략적 필수 비축물자이기도 하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보고한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IT의 경우 2.9%이지만 제약바이오산업은 9.2%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 뿐만 아니라 2001년부터 2012년까지의 고용률을 보더라도 IT의 -9.7%에 비해 제약바이오산업은 6.4%를 기록하고 있다. 고용유발계수가 IT대비 3.1명에 비해 제약바이오산업은 9.4명으로 높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꼽힌다.
제약바이오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신약개발과정은 초기 타겟 검증단계의 물질 5,000∼10,000 중 단 한 개만이 무려 10∼15년에 걸쳐 수천억 원을 투입하여 개발될 정도로 매우 열악한 현실이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블록버스터라고 하는 신약은 매년 수십조의 매출을 올린다. 또한 제품의 수명도 쉽게 30∼50년을 넘길 정도로 오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대단히 매력적인 제품 개발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동참하여 기술, 인적자원과 자본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신약개발에 매진한지 겨우 30여년 만에 30여 개가 넘는 국산신약을 개발하였다. 이는 아무리 칭찬을 해줘도 모자랄 만큼 놀라운 일이다. 다만 신약 중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널리 통용되는 소위 글로벌 신약이 개발되지 못한 안타까움은 남는다. 2011년 필자가 개발하였던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인 카나브나 LG생명과학에서 개발한 당뇨병치료제만이 중남미, 러시아, 중국 등 아시아국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미래의 의학은 4가지로 특징지을 수 있다. 첫째, 치료보다는 질병의 위험성을 예측하여 발병률을 낮추거나 다양한 종류의 백신을 통하여 치명적인 질환들을 예방 또는 증상을 경감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둘째로는 일반 대중 다수를 타겟으로 하는 치료제의 개발이 아닌 개개인의 유전정보 및 체질을 감안한 개인적인 질병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치료가 이루어질 것이다. 세 번째로는 화학적 물질과 바이오가 결합된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치료제에 초소형 나노 로봇까지 활용하는 소위 화학적 제제와 바이오의약품이 연결된 신약에 IT가 결합된 융복합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AI(인공지능)까지 활용하는 빅데이터 기반 질병 치료의 최적화 및 데이터의 시뮬레이션에 의한 신약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는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분명 신약개발은 바이오경제시대의 바이오헬스산업, 제약산업, 바이오산업의 총아로서 기술 개발을 통한 국부 창출이 가능하며, 스타트업기업, 중소기업의 창업과 보육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좋은 일자리 확대, 고용 창출의 장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자원이나 인력이 풍부한 나라는 아니지만 기술 집약적 산업인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우리의 강점인 잘 짜여진 교육시스템과 집중적인 대학 특성화를 통해 필수적인 의학, 약학 인재를 비롯해 과학인재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제약바이오산업의 선두로 도약하고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을 보다 더 부강하고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부푼 희망을 2018년에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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