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비평가 현순영이 자신의 비평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서정시학 비평선 38번째로 출간된 <응시와 열림의 시 읽기>(서정시학)는 현순영이 등단작부터 2017년 여름까지 시에 관해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이미 발표했던 글로 오탈자는 물론 문장을 고치고 논리가 허술한 부분을 보완했다. 지면이 부족해서 싣지 못했던 시들도 실었다.
  그가 시 평, 시집 평, 시집 해설, 시인론 등 여러 목적으로 씐 글로 분량이 균일하지 않다. 그래도 시와 시인에 대한 관점이 어떤 글에서든 대체로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그는 시인들이 삶과 불화하다가 화해하는 모습, 자신과 타인과 세상과 응시하여 결국 사랑과 삶과 시를 열어가는 모습을 읽어내는데 골몰했다. 시의 이미지와 상징과 어조와 리듬, 그 밖의 모든 요소들의 변화를 짚어 시인들의 그런 변화를 증명할 수 있기를 바랐다. 시인들의 감정 또는 생각의 결과 겹과 틈을 섬세하게 살피려 했으며 체험의 울림에 귀 기울이려 했다.
  책은 ▲제1부 ‘나’에 대한 응시, 시의 열림 ▲제2부 삶과 사랑의 열림 ▲제3부 ‘나’에서 ‘우리’로 ▲제4부 ? 시 읽기의 지평(地平)을 여는 물음들로 구성돼 있다.
  “나는 시인들이 자신과 타인과 세상을 응시함으로써 사랑과 삶과 시를 열어간다고 보았고, 그런 시인들의 언어를 응시함으로써 나 자신의 사랑과 삶과 글쓰기를 열어 보고 싶었다. 이 책의 제목 ‘응시와 열림의 시 읽기’에는 그런 뜻이 담겨 있다.
  시 읽기가 내 사랑의 길이 될 수 있을까, 내 삶의 빛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사랑과 삶의 미궁 속에서 헤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시를 읽으며 나는 분명히 조금 넓어졌고 깊어졌다. 무엇보다 나는 나를 비울 용기를 갖게 되었다. 이제 나를 가득 채웠던 ‘나’를 떠나보내고 내 안에 ‘우리’를 들이고 싶다. ‘우리’의 관계에 대해, ‘우리’ 삶의 맥락에 대해 더 많이 더 깊이 생각하며 쓰고 싶다.”
  제주 출신 현순영은 2012년 고려대학교에서 구인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 평론  <서정시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다. 저서로 문학사 연구서 <구인회의 안과 밖>(소명출판, 2017)이 있다. 지금은 전주에 살고 있다. 문학사 및 소설 연구와 시 비평을 병행하고 있고, 전북대 등에 출강하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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