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가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조금이나마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까. 교사이자 시인인 임미성 씨는 그렇게 믿는다. 2015년 성당초 교감으로 부임한 뒤 매일 오후 1시 학생들과 함께 동시모임 ‘맛있겠다’를 갖고 있다.

동시로 역할놀이도 해 보고 동시를 직접 써보기도 본다. 아이들 작품을 모아 문집도 만들었다. 작가 스스로도 그 애들의 눈과 마음으로 2013년부터 써내려간 작품이 무려 500편이다. 첫 시집 <달려라, 택배 트럭!>에는 45편을 고르고 골랐다.

소리 내어 읽을 때 즐거움이 있는 시, 반전과 울림이 있는 시, 독창적 시선으로 대상을 새롭게 바라본 시,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해 준 시를 우선 실었다.

표제시인 ‘달려라, 택배 트럭!’은 ‘저기/기다란 길을 따라/달려온다, 우리 집에 배달하러/달려온다, 거의 다 왔다/상자 열기 전 두근거리는/마음 배달하러/달려, 달려온다,/달려라, 택배 트럭!’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택배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가득하지만 택배 노동자의 죽음을 신문기사로 접한 후 구상했다고. 격무와 열악한 근무환경 등 이중고통에 놓인 택배 기사들의 현실을 드러내는 한편 묵묵히 응원한다.

희망이 없는 시대, 어떤 것도 설레며 기다리기 어려운 이 시대 택배만큼은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현대인의 모습도 놓치지 않는다. 동시라고 해서 맑고 밝은 사연을 노래하거나 지향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를 들여다보고 이를 보듬는 필력이 눈길을 끈다. 때문일까. 인세의 10%는 소아암환자를 돕는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또한 ‘달려라, 택배 트럭!’은 제4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본심에 오르기도 했다. 임 시인은 “어떤 동시든 사람 마음에 울림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울림’이 일어난 동시는 오래오래 곱씹어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사물과 독자가 오래도록 화해 및 공존하게 한다”고 밝혔다.

해당 동시 콘서트는 전북지역 동시 창작모임 동시랑(회장 유강희) 주최로 4월 중순께 전주에서 열릴 예정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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