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가 연구 및 생산 등에서 농생명 집적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일반에게는 농생명 연구가 생소하다. 전라북도 도민 역시 그렇다. 이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및 시군기술센터에서 그간 추진해 온 농생명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도내 농생명 연구 현장에서 결과물이 농가에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파급력이 향후 전북 농업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예상해 본다.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원들에게 향후 전북 농생명 산업이 가야 할 방향도 물어 봤다./

◆연구 배경

국내 파프리카는 1994년 제동흥산(주)이 항공기 기내식용으로 제주도 유리온실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전북은 1995년 김제 '참샘영농조합'에서 수출용으로 재배(1.1ha)하기 시작한 이후, 채소류 중 소득이 가장 높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1999년 31.8ha에서 2001년 134.5ha, 2016년 724ha로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다른 작물과 달리 파프리카가 국내에서 조기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네덜란드로부터 파프리카 종자뿐만 아니라 재배시설과 재배방법까지 종합 패키지로 수입됐기 때문이다.
파프리카 종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골든씨드'로, 1g의 종자가격이 금값의 2배에 달하며, 농민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매년 100억원 이상의 종자가격을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라북도농업기술원은 국내 종자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전북농업기술원 과채류 연구소 파프리카 시험장 박종숙 실장은 "2011년 전라북도 군산시 대야면에 파프리카 시험장이 설립돼 국내 파프리카 품종 육성과 고품질 생산기술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점은 극히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 현황

세계종자협회 보고에 의하면, 종자시장 규모는 780억 달러, 이 중 농작물 종자시장 규모는 450억 달러이며, 이 중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4억 달러로 1% 이하의 아주 작은 종자시장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이후 4대 종자회사가 다국적기업에 인수되면서 우리 토종자원과 원천기술이 고스란히 넘어가게 됐다.
뼈아픈 교훈을 얻게 된 후, 종자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골든씨드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2020년 종자 2억 달러 수출, 2030년 30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글로벌 종자강국 및 종자시장 선점을 위해 2012년 상세기획과정을 통해 2013년부터 9년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파프리카의 경우 수입종자에 의존하고 있는 시장을 국내 육성 품종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해 국내육성 품종으로 교체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파프리카 재배작형은 크게 여름재배와 겨울재배로 나누어진다.
경남, 전남, 전북 김제지역에서는 겨울재배가, 강원도, 전북 남원은 여름재배가 이뤄진다.
전북농업기술원은 2011년 파프리카시험장 설립을 시작으로 파프리카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특히 수입 종자를 대체할 국내 기후에 적합한 품종육성을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형태의 국·내외 유전자원을 수집했고, 단기 계통육성을 위해 반수체육종법을 활용한 약배양을 실시했으며, 분자마커서비스를 통해 내병성 계통육성에도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국내산 파프리카

국내 파프리카는 초기 주로 일본으로 수출했으나, 국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국내 소비량이 수출량보다 높다. 2016년 국내 파프리카 생산량은 7만7,400톤으로 이 중 4만7,400톤(61.2%)이 내수, 3만100톤(38.8%)이 수출물량 이었다.
처음 국내에 수입된 파프리카 품종은 과크기가 중과였으나, 현재 재배되는 품종은 중대과에서 대과로 과크기에도 변화가 생겼다.
또 국내 소비자들은 적색 파프리카를 선호한다. 때문에 재배농가 포장에서 적색 70%, 황색 20%, 주황색 10% 정도로 재배되고 있다.
전북농업기술원은 2015년 '헤스티아' 품종을 첫 번째 육성품종으로 품종등록출원을 실시했다.
'헤스티아'는 적색이며 180~200g 정도의 중대과로 착과가 용이하며, 경도가 단단한 특성을 보여 선발됐다.
2016년에는 '메티스', '헤라레드', '헤라옐로우' 3품종을 품종출원 했다.
'메티스'는 적색의 중대과종으로 과형이 우수하며, 초장과 절간이 작아 시설이 낮은 하우스에 적합한 품종이다.
'헤라레드'의 경우 밝은 적색으로 과면에 광택이 있으며, TMV(토마토모자이크바이러스)에 저항성품종으로 재배관리가 용이한 특성이 있다.
'헤라옐로우'는 저온기 재배 품종으로 황색 중대과이며, 과형이 균일하고 우수한 특성이 있다. 
현재 재배농가들은 겨울재배의 경우 저일조에서도 착과가 쉽고, 숙기가 빠른 품종으로, 미세열피 발생이 없고 착색이 좋은 품종을 선호하고 있으며, 여름재배의 경우 고온기 착과와 착색이 우수하며, 숙기가 빠른 품종, 생리장해 내성이 있는 품종을 선호한다.
전북농업기술원은 착과가 용이하고, 바이러스에 강하며, 상품과 발생비율이 높고, 수량이 많으며, 단단하고, 한번 정식으로 긴 재배기간을 갖는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2017년부터 신품종 평가회를 실시하고 있으며, 국내 소비촉진을 활성화하고 다양화 하기 위해 육종 방향도 단기목표와 중장기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박종숙 실장은 "품질, 숙기, 생리장해 내성, 수량성이 수입품종과 대등한 정도의 적색과 황색 품종 개발을 목표로 연구가 진행중이며, 중장기목표로는 복합내병성(흰가루병, TSWV저항성 등) 품종을 목표로 주황색, 아이보리, 보라색 등 좀 더 다양한 품종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기대 효과

박종숙 실장은 파프리카는 진정한 골든씨드로서 국내 품종으로의 전환이 꼭 필요하고 시급한 사항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현재 국내 수경재배 파프리카 시장은 거의 수입종자로 재배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2017년 농촌진흥청 신기술보급사업과 전북지역 동부권 신소득작목연구사업 등 추진으로 '헤스티아' 품종 등이 소면적(1.3ha)으로 농가 현지포장에서 재배되고 있다.
전북농업기술원은 2018년에도 전북 남원, 경남지역 등 파프리카 재배지역에 2ha 이상 품종을 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수량과 품질이 우수한 특성을 지닌 적색과 황색 2품종을 출원할 계획으로, 지속적으로 국내 품종 점유율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박종숙 실장은 "품종 선발은 끝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쟁터에 나갈 때가 왔다. 한국종자협회 수출입 현황자료에 의하면 2014년 파프리카 종자수입은 502만9,000 달러였다. 국내 육성 품종의 점유율이 확대될 경우 종자수입액 감소뿐만 아니라, 동남아국가, 중국 등으로의 종자수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생생한 순간

박종숙 실장 연구팀은 2011년 파프리카 육종기간 단축을 위해 약배양을 처음 시작했을 때, 배양재료가 쉽게 오염되거나 배양조건이 맞지 않아 캘러스만 발생하고 식물체를 얻지 못해 안절부절 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치상된 약으로부터 배가 발생되고, 완전한 식물체로 재분화 됐을 때 파프리카 품종 육성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이때서야 "이제 전쟁터에 나갈 무기를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파프리카 시험장 설립 초기에는 파프리카 수경재배시스템과 육종프로그램을 정착시킬 때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재배포장 관리와 교배 및 종자 조제 등을 도와줄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대부분을 직원들이 직접 처리했기 때문에 밤낮으로 파프리카 연구를 위해 땀을 흘려야 했다.
박종숙 실장은 "지금의 시험장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시험장에서 고생해주신 분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 농생명 산업 방향은

박종숙 연구팀은 개발한 파프리카 품종을 통해 전북 농식품 산업이 발전하길 기대한다.
전북은 현재 김제, 익산지역을 중심으로 겨울재배, 남원 운봉의 여름재배 등 연중 파프리카가 생산되고 있다.
또 2016년 기준 전국 재배면적(724ha)의 8.8%를 차지하며, 강원, 경남, 전남 다음으로 많은 면적을 갖고 있다.
전북농업기술원은 파프리카산업 발전을 위해 재배농가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신품종 육성을 통해 종자의 국산화에 노력하며, 스마트팜 재배기술의 확대를 통해 농가소득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일본수출 뿐만 아니라 대만, 러시아, 중국 등 수출국가 확대를 위해 전라북도가 함께 노력하며, 파프리카 품목이 전북의 영원한 효자 수출작목으로 남길 기대하고 있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