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서학동에 살거나 서학동을 사랑하는 작가들이 새 봄을 왔음을 알리는 전시에 초대됐다.
  서학동사진관은 2018년 봄을 맞으며 희망의 봄기운을 돋우기 위해 ‘상춘’전을 기획했다.
  서학동사진관의 첫 기획전인 ‘상춘’전에서 김지연 관장의 정미소이미지를 차용하여 ‘정미소 오마주’라는 주제로 작업을 선보인다.
  고형숙 양순실, 이봉금, 이일순, 한숙 등 5인의 여성작가는 서학동사진관의 근처에서 살고 생활하고, 일하면서 서학동사진관을 아끼고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상춘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고형숙은  ‘상춘-일상에서 만나는 봄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일상 속 봄의 단상을 기록한 작은 그림의 조합을 보인다. 한지에 수묵으로 담담하게 그려졌고 누구의 집에나 있을 법 한 책꽂이 정경은 언뜻 현대적으로 해석된 책거리 그림을 연상시키는 조형성을 띠고 있다, 상춘의 사전적 의미가 봄의 경치를 구경하며 즐긴다는 의미인 것처럼 일상의 풍경이 있는 그림 속에서 봄을 구경하는 그런 느낌을 담아 보았다고 한다.
  서학동사진관에서 열린 전시 중 유일한 회화전의 작가로 초대됐던 양순실은 ‘봄이 온다는 것은 생기를 불어넣는 어머니와 같은 따듯함을 주지만 그 기저에는 보이지 않는 자기만의 투쟁과 은둔의 시간 같은 겨울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라며 우리가 외형의 모습으로 피어나고 돋아나는 봄의 생명력에 가려져 잘 느끼지 못하는 생명의 치열함을 상기시킨다.
  이봉금의 작품은 단아하면서도 섬세한 선과 담백한 색감으로 그간 보여주었던 자연과 생명의 조우를 시적으로 표현하였다. “저기 어디 하늘 밑 높은 나무 끝에 앉아 있을 것 같은 파랑새를 찾아… 겨우내 움츠려있던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잡히지 않던 마음 속 새를 향해 다시 일어섭니다”라는 작품에 대한 글을 전했다.
  이일순은 서학동사진관에 관람자로 잦은걸음을 옮기다 서학동사진관과 인연을 맺게 된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해 보았던 봄의 풍경을 다시 확인하러 떠나는 그만의 여행을 캔버스 위에 동화적 표현으로 옮겨놓았다. “봄은 늘 반복적으로 돌아오는 것 같지만 지난 시간 속의 봄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기도 하는 것 아닌가 라며 계절은 순환하는 것이지만 어느 때부터 작가에게는 순환하는 계절로서가 아닌 생애의 어느 지점일 수도 있다”라고 얘기한다.
  한숙은 서학예술인마을에서 제일 바쁜 작가 가운데 한 사람. 그동안 자신과 가족, 그리고 그녀의 생활 속에 깃들어 있는 이야기들을 주제로 작업해왔다면 지난해 보여주었던 ‘나무사람작업’은 지금까지의 서정성에 시대정신을 담아 공부하고 참여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작가는 “다 잊었다. 다시 시작된 생을 시작하련다. 청순하고 순결한 빛깔로 살포시 자락을 내민다”라며 작품을 준비했다.
  이번 초대전은 서학동 공간을 응원하고 지역 여성미술가들의 새로운 꿈을 다짐하는 ‘서학동언니 프로젝트’의 4번째 기획. 2014년부터 매년 송수정, 이현주, 이정민이 차례로 기획했으며 올해는 프로젝트 4탄으로 이일순이 기획을 맡았다.
  이일순은 “많은 분들이 전시장을 방문해 연록으로 돋아나는 새싹, 낯 설은 표정의 신입생들,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에서처럼 흩날리는 벚꽃 잎 등 다양한 봄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기 바란다”며 “특히 봄이 반복되어 오듯이 김지연 관장의 작업에 대한 열정이 우리 곁에서 계속 되살아나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전시는 21일부터 4월 8일까지. 24일 오후 4시에는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된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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