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인 A씨는 근로계약을 준수하지 않는 어린이집 행태에 직장을 그만두려 했지만 되레 원장으로부터 협박당했다.

A씨는 2017년 전주시내 한 어린이집과 계약기간 1년의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는 퇴근시간을 오후 7시 30분으로 정하면서 차량 운행 등 탄력근무를 조건으로 명시했다.

현실은 계약과 달랐다. 3월부터 8월까지 5개월여 출근하면서 제때 퇴근한 날이 없었다. 늦은 퇴근은 일상이 됐으며 70시간가량 초과근무에 대한 별도의 수당 지급도 없었다.

그만두겠다며 신입자에 대한 인수인계를 언급하는 A씨의 요구에 원장은 “무책임하다. 소개한 부원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날선 답변이었다.

근로조건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경험한 A씨는 어린이집에서 무책임한 여성으로 전락됐다.

#유산 위험으로 부서이동을 요청한 직장맘 B씨는 사측으로부터 권고사직을 요구받았다.

화학약품을 취급하는 실험부서에서 14년째 근무한 B씨는 재직하는 동안 2번의 유산을 경험했다.

2016년 세 번째 임신에 이르러 부서이동을 요청했으나 “업무와 유산은 관련 없다”는 사측의 답변이었다.

2주의 병가를 다녀온 뒤에는 업무평가에서 C등급 판정, 원장과의 면담에서 “내 가족이었으면 직장에서 그만두게 했을 것이다. 아이를 생각해라”고 말하는 등 퇴사에 대한 직·간접적 언급이 지속됐다.

B씨는 자신의 권리를 찾아 직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었으나 아이를 지켜야 했고, 회사와 불화 소문이 나면 다른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실업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회사를 떠났다.

전북 지역 직장 여성들이 임금체불, 부당해고, 직업병, 휴가 및 휴게시간, 최저임금 등 근무 환경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전주시직장맘고충상담소에 따르면 근로조건과 관련된 상담은 2016년 156건, 2017년 193건 접수됐다.

지난해의 경우, 자신의 근로조건 중 무엇이 위법한 사항인지 묻는 경우가 102건(52.8%)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임금체불 32건, 부당해고 16건, 휴가 및 휴게시간 16건, 최저임금 1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상담소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저임금 서비스업에 편중된 여성의 취업 비중을 꼽았다.

실제 전주시가 실시한 2016년 사업체 조사 보고서는 업종 전반에서 남성 비중이 높은 가운데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남성 5534명·여성 2만1663명), 교육 서비스업(남성 9373명·여성 1만3826명), 숙박 및 음식점업(남성 1만98명·여성 1만6897명)에서 여성 비중이 높았다.

제조업(남성 9277명·여성 4889명), 건설업(남성 1만8556명·여성 3808명), 운수업(남성 1만505명·여성 881명),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 행정(남성 6080명·여성 3188명)은 남성 비중이 높았다.

또 금융 및 보험업(남성 5711명·여성 7070명)은 여성 비중이 전체적으로 높았지만, 세부적으로 살피면 은행 및 저축기관은 남성이, 보험업은 여성 비중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선영 선임연구원은 “전북 지역 사례를 접했을 때 법 위반 사실조차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 개인이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이들의 입장을 대변할 중간 역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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