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1000리길 중 군산의 3번째 길은 탁류길이다. 백릉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배경지인 원도심을 중심으로 일제강점 시대 남겨진 역사의 흔적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삶의 애환을 경험하며 과거를 되돌아보는 길이다. 탁류길은 초원사진관을 중심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와 ‘타짜’, ‘장군의 아들’ 외에도 많은 영화가 촬영된 전국 대표 걷기 여행길로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과거 무역항으로 해상물류 유통의 중심지였던 옛 군산의 모습과 전국 최대의 근대문화자원을 전시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시작으로 근대문화유산의 보고인 군산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탁류길을 따라 밀집된 맛집의 향연까지 더해진 역사의 길을 찾았다.

탁류길은 총 6㎞로 총 소요시간은 102분이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시작으로 옛 군산세관-해망굴-월명공원 수시탑-신흥동 일본식 가옥-초원사진관-고우당-동국사-정주사집 문학비-개복동 예술의 거리-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코스를 돌아 시작 지점인 박물관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이뤄졌다.
‘탁류길’의 시발점인 군산근대역사박물관. 2011년 개관 한 이곳은 전통적 물류 유통 도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던 군산시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현재와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전국 최대의 근대 문화유산을 소유한 군산시의 문화적 특징을 관광 자원으로 홍보하고자 건립됐다.
박물관 1층 입구의 어청도 등대 모형을 시작으로 종합 영상실, 바다와 문화 등을 주제로 한 해양 물류 역사관, 바다 도시 군산 등을 주제로 한 어린이 자료실이 있다. 또한, 근대사 관련 자료실인 근대 규장각실과 근대 도시, 탁류의 시대 등으로 구성된 근대 생활관 그리고 분기별 테마 전시 공간인 기획 전시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05년 국가등록문화재 제183호로 지정된 히로쓰가옥도 도보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히로쓰가옥이 위치한 신흥동 일대는 일제강점기 군산시내 유지들이 거주하던 부유층 거주지역으로 포목점을 운영하던 히로쓰 게이샤브로가 지은 주택. 영화 '장군의 아들', '바람의 파이터', '타짜' 등 많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이 주택에서 촬영됐다. 건물의 형태는 근세 일본 무가(武家)의 고급주택 양식을 띄고 있다. 목조 2층 주택으로, 지붕과 외벽 마감, 내부, 일본식 정원 등이 건립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화 촬영지였던 초원 사진관도 유명하다. 한석규?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영화 속 사진사인 남자주인공이 타고 다녔던 스쿠터, 주차단속 요원 다림이(심은하)가 운전했던 소형차도 보존돼 있다. 지난 2013년 15년 만에 재개봉된 ‘8월의 크리스마스’ 덕분에 이곳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초원사진관 앞 사진은 이제 ‘탁류길’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탁류길’을 걷다보면 허기가 지기 마련. 딱 봐도 오래된 중국집 ‘빈해원’이 있다. 60여년의 긴 세월 동안 군산시민과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각종 채소와 풍성한 해산물의 물자장면이 손님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특히, 2층까지 탁 트인 이 홀은 아주 유명한 장소로 영화 ‘타자’의 도박판이 벌어졌던 곳이다. 이와 함께, 전국적인 빵집으로 유명한 이성당의 단팥빵과 야채빵도 그 인기가 여전하다.
‘탁류길’ 마지막 코스인 옛 조선은행. 등록문화재 374호인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한국과 대륙의 경제 수탈을 목적으로 일본이 세웠다. 광복 후에는 한일은행 군산지점으로 사용됐으며, 현재는 복원을 마치고 근대 건축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면에 돌출 현관을 중심으로 평아치를 5개를 세우고 양쪽에 각각 1개씩 반원형 아치를 두었다. 외벽 중간 보머리를 상징하는 화강석을 끼워 장식하는 등 장중한 느낌을 준다.
때로는 영화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때로는 과거로의 추억 여행에 빠지고 싶다면 군산의 근현대사를 보여주고 있는 ‘탁류길’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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