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서 봄을 맞는다. 남쪽 따뜻한 바람과 함께 매화가 피어 봄을 알린다. 매화가 기운을 다할 때는 벚꽃이 뒤를 잇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간의 간섭이 적은 강, 섬진강에서 봄을 맞아보자.

  봄부터 겨울까지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섬진강. 진안 백운면 데미샘에서 발원한 강은 여러 계곡의 물을 모아 옥정호에 잠시 머물다 구례, 하동을 거쳐 남해바다에 이른다.
  섬진강이 바다에 섞이는 곳에서 봄이 거꾸로 올라 온다. 지난 25일 막을 내린 광양 매화축제는 봄을 알리는 축제다. 축제가 열리는 양광 다압면 일원은 물론이고 강 건너 하동 먹점마을의 매화도 유명하다.
  매화가 질 때 즈음이면 19번 국도를 따라 섬진강 벚꽃이 활짝 핀다. 국내 최대 최고 벚꽃길이다.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꽃망울이 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길을 따라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가 펼쳐진다. 테마로드는 하동 섬진교에서 악양 평사리공원∼화개장터 남도대교∼광양 다압면 매화마을을 거쳐 섬진교로 되돌아오는 41.1㎞ 100리 길이다. 100리 길 중 하동구간 20.9㎞는 산책로, 광양구간 20.2㎞는 자전거 길이다.
  하동 쪽의 산책로는 백사청송(白沙靑松)의 송림에서 화개장터까지 크게 4개 구간으로 이뤄졌다.
  송림∼알프스하동 푸드마켓 4.7㎞의 재첩존, 푸드마켓∼평사리공원 6.9㎞의 두꺼비존, 평사리공원∼녹차연구소 6.1㎞의 문학존, 녹차연구소∼화개장터 3.2㎞의 야생차존이다.
  전주지역에서는 화개장터 남도대교에서 출발하는 산책길이 좋다. 4개 구간 가운데 화개장터에서 악양 평사리 공원까지 구간이 특히 아름답다. 9.3㎞ 구간을 걷는데 4시간 정도면 많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되돌아오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악양면을 거쳐 나오는 버스를 타고 화개장터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다만 버스운행이 잦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경유 시간을 알아두는 것을 권한다. 
  화개장터를 지나 도로 오른쪽 아래 궁도장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입구 옆 데크 길로 올라서면 된다. 첫 길 이름이 ‘녹차길’, 참고로 하동은 녹차시배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은모래길’은 문학 구간이다. 
  박경리가 소설 ‘토지’에서 섬진강 은모래를 이렇게 적었다.
  “축축이 젖은 모래는 여인네 살갗처럼 부드러웠다... 섬진강의 모래는 순백색이며 가루같이 부드러웠다.”
  대나무 숲 사이 길을 지나 들어간 은모래는 발을 잡는다. 강가 얕은 물속에 가라 앉아 있는 재첩 껍데기에 속아 본다. 
  길 곳곳에 쉼터가 있다. 쉼터는 섬진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를 비롯해 주변의 자연, 지명, 강, 전설 등을 스토리텔링화한 천년녹차 쉼터, 은모래 쉼터, 팽나무 쉼터, 대나무 쉼터, 두꺼비 바위 쉼터 등 12개의 테마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봄기운을 머금은 섬진강과 막 봉오리를 터트리는 벚꽃을 즐기며 걷는 길은 평사리 공원에서 마친다.
  소설 ‘토지’의 주무대인 악양 평사리는 둘러 봐야 할 곳이 많다. 최참판댁은 당연히 먼저 둘러 봐야 한다. 여기에서 한산사로 간다. 축대 공사 중인 한산사 앞 전망대에 서면 섬진강 오백리 길에서 가장 너른 들을 자랑하는 평사리 들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국화가 송만규가 ‘섬진 8경’ 가운데 하나로 꼽은 평사리 들판 옆을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본다. ‘무딤이들’이라고 불리는 83만평 넓이의 들판 한 복판에 서있는 ‘부부 소나무’와 인공 호수인 ‘동정호’가 평화로움을 안겨 준다. 한산사에서 내려와 동정호를 둘러보고 무딤이들 복판에서 매화 담에 둘러쌓여 있는 부부 소나무까지 걸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섬진강 벚꽃은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피어난다. 19번 국도의 벚꽃 터널과 함께 ‘십리벚꽃 길’로 유명한 화개장터와 쌍계사 사이 6㎞의 벌어지는 화개장터 벚꽃축제가 4월 7∼8일 이틀간 화개장터와 영·호남 화합 다목적광장에서 개최된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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