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관계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범죄 이른바 ‘데이트 폭력’이 솜방망이 처벌에 머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접수해도 조정·화해 등 무마되는 경우가 많고, 검거하더라도 불구속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29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모두 684건 접수됐다.

경찰은 지난해 2월 23일부터 데이트 폭력 신고 코드를 별도로 분류해 운영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 신고 내역과 달리 처벌 현황은 턱없이 못 미친다. 최근 3년 동안 모두 685건(666명)에 대해 검거했다. 연도별로는 2015년 220건(220명), 2016년 172건(164명), 2017년 293건(282명)이다.

구속과 불구속으로 구분할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경찰이 2016년 이후 ‘데이트 폭력 근절 전담팀’을 꾸려 수기로 취합해 관리한 실적을 살피면, 구속 현황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5건에 그친다.

경찰 관계자는 “출동 지령을 받고 현장에 도착하면 화해를 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또 이웃이나 주변인이 신고하는 경우까지 사건 처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아무래도 연인 관계라는 특수성 탓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데이트 폭력이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가운데 지역에서 헤어진 여자 친구를 감금하고 흉기로 협박하다 추락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익산경찰서는 29일 연인 관계였던 여성을 모텔에 감금하고 흉기로 협박, 추락해 숨지게 한 이모(35)씨에 대해 특수감금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1월 7일 오후 11시 30분께 익산시 송학동 모텔 6층에서 A(35)씨를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A씨와 헤어진 뒤로도 그의 집을 찾아가고 지속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집착이 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스토킹에 시달리던 A씨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는 말에 속아 이날 오후 5시께 이씨가 있는 모텔에 들어섰다.

경찰은 A씨가 흉기로 협박하는 이씨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베란다로 달아나 탈출을 시도하던 중 떨어져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객실 베란다에 남은 지문을 살필 때 탈출을 고민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달 경찰청과 여성가족부 합동으로 스토킹 범죄와 데이트 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스토킹·데이트 폭력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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