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계란 선제적 수급조절 필요

 산지 계란값이 생산비를 밑도는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산란계 농가들이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근 계란 공급량이 수요량을 크게 초과한 탓이다. 도내 산란계 사육농가들은 이런 식이면 매달 수천만원의 적자를 안게 돼 조만간 도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농가들은 계란산업 자체가 붕괴될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며 위기감을 내보이고 있다. 당장 업계에서는 마릿수 감축 등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계란값 하락이 쉽게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1년 전 이때 쯤 AI 발생으로 인해 계란 30개 한판 소비자가격이 1만원을 육박한 바 있다. 그런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30일 기준 특란 30개 소매가격은 4147원으로 평년 5899원보다 29.7% 하락했다. 1년전 7442원과 비교해서는 44.3% 급락한 수준이다. 대형마트에서의 이번주 계란값 역시 30개 기준 3000원대로 떨어졌고, 동네 슈퍼에서는 30개 들이 한판에 2000원대 계란까지 등장했다. 농가들은 생산원가도 건지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업계에 따르면 계란 한개당 생산원가는 110원 안팎이다. 그러나 현재 산지가격은 한개당 68원 수준이다. 농가는 이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납품하는게 관례여서 적자는 뻔한 상황이다.
계란값 폭락은 산란계 마릿수 급증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다르면 현재 계란을 낳을 수 있는 산란계는 5510만마리다. 적정 사육마릿수 4700만마리를 크게 상회한다. 이들이 생산한 계란 약 1000만개가 매일 남아도는 실정이다. 지난해 AI 발생 때에는 단시간에 산란계 2517만마리가 살처분되며 계란값이 폭등하더니, 하반기 산란계 입식이 증가하면서 계란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 살충제 성분 검출 논란으로 소비마저 하락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에 입식한 산란계 마릿수마저 크게 증가해 계란 공급 과잉은 지속될 전망이다. 뒤늦게 양계협회가 노계 강제도태를 추진하고 있고, 농가들이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 농가들은 지난해 계란값 폭등 시 항공기로 수입하기까지 하던 정부가 지금은 인위적 시장개입을 피한다는 핑계를 대며 매입비축을 꺼린다며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러한 계란 파동이 지속될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장 논리에만 맡겨서는 계란 파동을 막을 수 없다. 마침 정부가 배추·무 등 산지 조직화를 통해 선제적 수급 조절에 나선다고 한다. 계란 등 축산부문 역시 정부가 산지협의회를 적극 구성해 선제적 수급조절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매번 뒷북 행정이란 질타를 받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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