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 다는 것은 세상과 마주하고 소통을 하는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그저 지나치기 쉬운 우리 곁에 있는 보물들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아이러니 하게도 매일 지나치지만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없었던 보물같은 세상을 우리는 길을 걸을 때 비로소 세상과 소통하고, 소중함을 깨닫곤 한다.

길게 뻗은 아스팔트길을 피해 산으로 들로 숨이 있는 길을 한 숨 돌려가며 쉬엄쉬엄 걷다 보면 익산의 보물을 찾아볼 수 있는 진가를 알아 갈 수 있다. 더불어 그 길이 고이 간직하고 있는 지난 세월의 흔적은 물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되짚어볼 수 있는 시간 역시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길과 끊임없는 인연, 호남의 첫 관문, 사통팔달의 도시 익산

예전부터 익산은 교통의 중심지로 잘 알려진 곳으로 호남에 진입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 첫 관문답게 호남이란 명칭의 유래 역시 익산시 황등면에 자리했던 요교호로 인해 생겼다는 설이 존재한다.

KTX가 호남권과 수도권을 일일 생활권으로 묶어주는 전초적인 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익산은 남북으로 중앙을 호남선이 관통하고 전라선과 군산선(장항선)이 동서로 통과한다. 아울러, 호남고속도로는 동부를 지나고, 1번 국도와 23번 국도 및 10여개의 국도·지방도 등 전국각지를 이을 수 있는 편리한 교통망이 갖추어져 있다. 때문에 앞으로 도래할 새만금 시대에 새만금과 내륙을 잇는 전초적인 교통의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익산은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세계 식품 수도를 표방하며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기지개를 펴고 있으며, 새만금과 더불어 대중국 무역의 중심지로 우뚝 설 기대가 된다.

【1코스: 함라산길 – 23.9km】

함라삼부잣집 → 산림문화체험관 → 최북단야생차군락지 → 입점리고분전시관 → 웅포곰개나루 → 숭림사 → 함라삼부잣집

‘함라산길’의 출발점은 함라삼부잣집이다. 이서구(1754~1825) 전라감사가 호남가에서 노래한 살기 좋고 인심 좋은 고장 익산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만석꾼답게 마음 씀씀이도 남달랐던 함라면의 삼부자는 흉년이 들어 마을사람들이 힘든 시절에 놓이면 어김없이 곡간을 열어 쌀과 소금을 나누었다고 한다.

넉넉한 인심을 한가득 안고 신이난 발걸음을 따라 둘레길의 여정을 시작하면 산림문화체험관, 최북단야생차군락지, 입점고분전시관을 지나 웅포곰개나루와 숭림사를 둘러볼 수 있다. 산림문화체험관과 최북단양생차군락지는 싱그러움이 넘쳐난다. 약2만㎡ 산등성의 녹차와 1만여그루의 야생녹차에서 푸름이 쏟아진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전라도 최북단에서 녹차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법도 하다.

한편, 입점리고분전시관은 백제시대의 고분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고분 외에도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어 이 시대 익산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유적지 중 한 곳이다.

<함라삼부잣집>

조선 후기 전국적으로 만석꾼은 단 9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김안균, 조해영, 이배원 3명이 익산시 함라면에 살았는데, 이를 두고 함라삼부잣집이라 일컫는다. 가옥의 규모만 보아도 만석꾼의 위엄을 느낄 수 있다. 함라삼부잣집에 가면 매우 투박한 돌담길을 만나볼 수 있다. 투박하지만 한국적인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이 깃든 토속적 정취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돌담길은 1.5km에 달하고 높이는 2m가량 된다.

<산림문화체험관>

산림문화체험관 앞 편으로 약2만㎡ 산등성이에는 하동에서 가져온 차나무를 식재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차밭이 있다. 매년 가을이 되면 차축제가 열리고, 찻잎 따 차를 만다는 제다체험과 다도체험, 모공체험 등이 예약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북단야생차군락지>

대한민국 야생차의 북방한계지(야생차가 자라는 최북단 지역)이다. 북위 36도 03분, 동경 126도 53분으로 기존 야생차 북방한계지인 김제시 금산사보다 약 30km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 이 야생차 군락지는 ‘숭림사’의 말사인 ‘임해사’에서 재배하던 차나무가 절이 소실된 후 야생으로 남아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으로 추정된다.

<입점리고분전시관>

입점리 고분군은 칠목재라 부르는 함라산 구릉 중턱에 총 21기의 고분이 분포해 있다. 백제 중기(서기 475년경)에 만들어졌으며 무덤 형식으로 보아 당시 백세시대의 세력가(왕족, 지배층)의 고분으로 추정되고 있다. 총 21기의 고분 중 백제시대의 고분은 19기로 확인되었고, 구덩식돌덧널무덤 11기, 앞트기식돌덧널무덤 2기, 굴식돌방무덤 7기, 독무덤 1기로 여러 형태의 고분들이 섞여 있다. 금동제 신발, 금동제 관모, 네귀달린 청자 항아리(중국 남조시대)등 유물이 발굴 되었다.

<웅포곰개나루>

곰이 금강물을 마시는 듯 한 형상이라하여 곰개나루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삼국시대 세 번째 안에 드는 포구로 일본, 중국, 신라와의 무역이 활발히 이루어진 백제의 대표적인 포구였다. 현재 캠핑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덕양정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전북 5대 낙조로 손꼽힌다.

<숭림사>

숭림사는 보물 제825호로 금산사의 말사이다. 1345년 고려 충목왕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중국의 달마대사가 숭산(崇山) 소림사(小林寺)에서 9년간 벽을 바라보며 좌선한 고사(故事)를 기리기 위해 절 이름을 숭림사(崇林寺)지었다고 한다.

현재 숭림사는 법당인 보광전을 비롯하여 우화루·정혜원·영원전·나한전·요사채 등이 남아 있고, 내부에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188호인 목조석가여래좌상을 모시고 있다./익산=김익길기자·kimtop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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