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촌은 이제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융복합으로 이뤄지는 첨단기술농업을 지향하고 있다. 6차산업과 연계되는 창업농업과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미래농업으로 가는 데 청년들은 가장 중요한 주체가 된다. 뿐만 아니라 농촌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농촌을 유지하는데도 청년들의 농업 창업은 필수 요소로 꼽히고 있다. 농촌의 무궁한 자원을 활용해 농업을 희망산업으로 가꾸는 데 역시 이들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청년 농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영농 의욕을 복 돋아 주기 위해 농촌에 먼저 뛰어든 청년 농업인들에게 농촌·농업을 물어 봤다.

 ◆여성 청년 농부

부안군 부안읍 '벗님넷 창작놀이터' 농촌체험학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함은미(31) 대표는 여성 청년농부다.
함 대표는 대학교에서 상담심리학을, 대학원에서 조경학과를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전주시에서 복지단체에서 근무했다.
같은 대학원에서 조경을 전공한 남편 홍종환(35)씨는 귀농 전 전주시 한 조경사업장에서 근무했다. 현재 한국농수산대학교 조경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들 부부는 2015년 결혼 후, 곧장 남편 고향인 부안군으로 귀농했다.
남편의 권유가 먼저였다. 또 천혜자원을 가진 부안군을 방문할 때마다 기분이 좋았던 것도 귀농한 이유였다.
함은미 대표는 자연의 선순환 구조에 순응하며 인위적이지 않는 자연적 아름다움을 느끼고, 꽃을 활용한 마음의 치유까지 가능한 소통을 농업에서 찾으려 했다.
더욱이 최근 농촌 체험이 뜨는 산업인데, 시부모님의 조경수와 야생화 단지를 체험하고, 이를 이용하면 농업6차산업이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석정문학관이 체험장 바로 옆에 있으니 금상첨화다.
그렇게 귀농한 함은미 대표는 "농업을 통해 삶의 가치를 깨닫고, 누구나 즐겁게 참여하고 싶은 농업이 되길 희망한다"며 '벗님넷 창작놀이터'를 소개했다.

◆농촌교육농장

함은미 대표는 시아버지가 운영하던 부안군 조경사업장 일부를 임대했다.
처음 시아버지는 '과연 치유농업이란게 성공할까' 의심스러워 다른 농업을 권유했지만, 함은미 대표는 교육농장을 고집했다.
함 대표는 미리 준비한 과정만큼 성공에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시아버지로부터 해당 부지를 임대 형식으로 빌렸다.
또한 완전한 독립 경영을 위해 개인적인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함은미 대표 부부는 부모님의 영농기반을 물려받기 보다는 농촌 교육 및 체험농장을 운영함으로써 새로운 비전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부모님에게 보여주려 했다.
부모님이 이해하지 못할 설명 보다는 결과물로써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자유학기제, 방과후 활동, 주 5일 근무제 등으로 농촌 체험교육장이 틈새시장으로서 확대되고 있다.
함은미 대표는 야생화를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며, 농촌융복합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특히, 농촌 어메니티(부존자원)를 활용해 농촌관광을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스마트 안내표지판'을 개발했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앤고' 어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농촌 각 어메니티 자원에 스마트 안내표지판을 부착하고, 학생들이 스마트폰 내 '스마트앤고' 앱으로 이 안내표지판을 터치할 경우 수행할 미션이 제공되는 식의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미션 수행을 통해 지식 함양과 함께 포인트를 얻게 되는데, 포인트로는 농산물과 선물을 교환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재미와 호기심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체험교육농장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함은미 대표는 상담심리학을 이용해 '산림 치유' 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힐링을 원하는 소비자는 숲 생태계에서 자연과의 공존성과 협동성을 느끼고 배우게 되는데, 산림조합과 농수산대학교가 공동으로 이 프로그램을 꾸리고 있다.
함은미 대표는 "농촌의 유무형 자원들과 ICT 기술을 융합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스마트한 농촌체험학습장을 만들어가고, 땅의 무한한 가치에 주목해 자연과 기술이 어우러진,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힐링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농촌교육농장에 2016년 3천명이 다녀가더니, 2017년에는 6천3백명이 다녀갔다.
수선화와 상사화 등 야생화 납품과 스마트 안내판 납품, 체험장 등으로 귀농 3년차만에 수익구조가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
올해는 조달청에 상품을 등록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데, 학교·마을·기관·기업·단체 등이 매주·매월·연간 예약을 문의하고 있다.

◆교육이 힘

함은미 대표는 스마트거리형 미션게임(석정문학편, 나라사랑편, 전통놀이문화편, 스마트폰 스스로 통제하기, 토닥토닥 내마음편, 활짝웃숨편)과 천연화장품·목공·원예 D.I.Y, 숲과 나 등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원들은 응급처치 및 청소년 수련활동 운영자 교육을 받는 등 안전하고 전문적인 운영 시스템을 확보했다.
특히, 함 대표는 귀농한 지 2년6개월차지만, 농촌융복합사업 인증(농림축산식품부), 스타소상공인 선정(전라북도), 농촌교육농장 품질인증(농촌진흥청), 부부 임업후계자(산림청, 부안군), 도전 K-스타트업 2017 창업경진대회 문화 ICT분야 우수상 수상(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스마트아내표지판 실용신안등록, 조달청 나라장터쇼핑몰 1일형 현장체험학습 전국 최초 입점, '스마트앤고' 앱 개발 등 수많은 결과를 얻어냈다.
이러한 결과는 교육에서 비롯됐다고 함 대표는 설명한다.
함은미 대표는 "결혼하자마자 시골에 내려와 아이 둘 낳고 농업을 경영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고, 생각과 현실이 너무 달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사업도 지지부진하던 차에 부안군농업기술센터 '농촌교육농장 품질인증사업' 교육을 알게 됐고, 이 교육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함 대표의 설명이다.
함 대표는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 시절을 보냈구나 생각했고, 이를 빨리 알게 된 게 천만다행 이었다"면서 "정보와 지역 네트워크 모두 교육생활에서 비롯됐고, 정부의 각종 지원사업까지 알게 되니 사업 방향성을 찾게 됐다"고 교육의 효과를 설명했다.
함 대표는 지금도 남편과 함께 각종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청년 농업인

"그런 게 농업이 되겠냐?"고 하시던 시부모님이 4년차 접어든 함은미 대표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제 함은미 대표는 지역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몇몇 후계농들과 '치유와 경관 연구회'를 만들었다.
청년 후계농들은 부모님의 관행농업 보다 창업에 더 관심이 많은 게 특징이다.
그런 후계농들과 함께 지역자원을 개발하고 서로의 상품을 공유하며, 이를 확산시켜 6차산업을 완성시키는 게 목표다.
이는 마을 전체와 청년농업인들까지 성공시킬 수 있는 사업이다.
함은미 대표는 이들 청년 후계농들과 개별 품목을 연계해 숙박, 음식, 관광이 모두 가능한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부안 산천과 갯벌, 석정문학관 등 부안 농촌만의 특색 있는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짜는 게 핵심이다.
부안만의 체류형 코스 상품, 아이들과 어른들이 각자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으면 한다.
후계농들은 부모세대를 이해시킬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대신 프로그램이 성공 단계에 들어서면 부모들에게 새로운 농촌 산업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회 회원들은 그렇게 세대 간 벽이 허물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울러 함은미 대표는 야생화 품질 연구를 계속하고, 야생화 및 조경수가 농촌 어메니티를 만나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도 연구하며, 농촌에서 청년 창업이 얼마나 가능성이 높은지를 확인하고, 그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기록해 후배들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그런 청년 창업농이 되는 게 목표다.

◆후배들에게

함은미 대표에 따르면 농촌은 성공 가능성이 많은 곳이다.
농촌은 부존자원과 자연 하나만으로도 가능성을 보장한다.
함 대표는 "땅, 공기, 농산물 등을 연계하고 융합할 유연한 사고와 능력이 있다면, 또 거기에 열정이 더해진다면 농촌에서의 기회는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함 대표는 "나도 처음에는 농촌에서 심리학이 필요한 때인가 의심했었다. 그러나 숲 치유와 힐링 등 체험장을 폭넓게 활용하자는 생각이 구체화됐고, 현재는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 발전을 위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현재도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농촌에 그냥 도전한다면, 누구도 손잡아 주지 않는다.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서 "준비하고, 도전하라. 또 농촌에 왔으면 버티며 노력해라. 쉬운 일은 어디에도 없다.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자다. 농촌에서는 많이 살아남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의 청년농업인 창업 정책이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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