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던 A씨(26·여)는 최근 직장을 관뒀다.

근무했던 7개월 동안 끊임없이 이어진 태움 때문이다.

‘태움’이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로 ‘직장 내 갑질’의 일환이다.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간다며 질책하는 것부터 시작해 퇴근 후 시도 때도 없는 전화, 근무표 임의 조정 등이 그 예이다.

A씨는 “병원 내에서 나는 그냥 스트레스 해소용이었다”며 “심지어 주변 동기들과 이야기해보면 내가 겪은 건 약과였다. 업무적응을 위한 훈계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인격을 모독하는 태움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물세례 갑질’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부른 가운데 전북지역에서도 갑질 문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619건의 갑질 행위를 적발, 682명을 검거하고 이 중 17명을 구속했다.

유형별로는 역갑질이 460건(48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불공정행위가 112건(130명), 학사·채용비리 31건(28명), 공직비리 16건(44명) 등의 순이다.

검거된 682명 중 84.7%인 578명은 남성이었으며 나머지는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와 50대가 각각 18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30대 108명, 20대 85명, 60대 79명, 10대 29명, 70대 이상 17명 등이다.

직업별로는 무직이 180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영업자 106명, 회사원 58명, 일용직 41명, 공무원 36명, 학생 30명 등의 순이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898명을 대상으로 갑질 상사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97%가 갑질 상사와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사회 전반적으로 갑질 문화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갑질을 상담하고 근절하기 위한 '직장갑질119'가 전북에서도 본격적 활동을 예고했다.

지난 3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래 익명 SNS 제보도 10여 건이 들어오는 등 현장의 호응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 관계자는 “각종 노동 현장에서의 자정 노력이 여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전북 직장갑질 119는 체불임금부터 인격침해, 성폭력까지 다양한 갑질의 근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하미수 기자·misu7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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