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지위가 비슷할수록 갈등이 더 심하게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이원재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44년간의 포뮬러 원(Formula 1·F1) 자동차 경주에서 발생한 사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런 경향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갈등 발생 원인 규명 등에 대한 기존 연구는 제한된 인간 집단이나 동물 실험을 대상으로 한 뇌 과학이나 생화학적 지표를 통해 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인간관계와 그 관계로부터 만들어지는 정체성의 영향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F1 경기를 통해 형성된 인간 행동 데이터로 사회적 정체성 유사도를 수치화했다.
  1970∼2014년에 열린 732개 F1 대회에서 506번의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기본 자료로 썼다. 연관된 선수는 모두 355명이다.
  연구팀은 순위 같은 객관적 성과 지표를 통제하고서 선수끼리의 우열, 즉 천적 관계 등에 대한 개별적 관계를 토대로 선수·시즌별 프로파일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선수 간 프로파일이 비슷할수록 서로 충돌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프로파일이 비슷하다는 건 경쟁 네트워크상 구조적 동형성(structural equivalence)이 높다는 뜻이다.
  서로 승패가 비슷해 형성된 경쟁 관계 속에서 월등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면 스스로 '모호하다'고 느낀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져도 나와 비슷한 상대에게는 반드시 이겨 모호한 정체성을 극복하겠다는 심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원재 교수는 "1등이나 2등은 자주 만나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그런 조건들을 전부 받아들이고 통제한 측정 결과도 우리 가설이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