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걸은 길이 무려 20여 만km.
  신정일. 그가 걸은 길은 많은 이들이 찾는 아름다운 명승지로 거듭났고, 국내 최장거리 동해안 탐방로인 ‘해파랑길’은 문화관광부에 의해 국가 정책으로 개발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그는 1주일에 4일은 전국 곳곳을 누비며, 하루 평균 100리를 걷는다.
  '우리 땅 걷기운동본부' 신정일 이사장의 자전적 에세이 <길 위에서 배운 것들>(루이앤휴잇)이 출간됐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걸으며 우리 땅 걷기 예찬론을 펼치고 있는 그가 '우리 땅 걷기운동본부' 창립 34주년을 맞아 그의 평생 화두인 길, 강, 자연과 더불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여정을 소개한다.
  “나는 항상 혼자였다. 누구도 나를 주목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만 따돌림을 당한 게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사람들과 쉽게 섞일 수 없었다. 사람들은 이방인 같은 나를 받아들이기를 한사코 거부했다.” <프롤로그> 중에서
  그는 정규교육이라고는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지만, 방대한 독서량을 무기로 지금까지 60여 권의 책을 펴내며 '길 위의 철학자'라는 반열에 자신을 올려놓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독학자(獨學者)'로서의 그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생생한 기록이자 아직도 마음속에 머물러 울고 있는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청하는 '위로의 악수'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아픔도 슬픔도 길이 된다’에서는 어린 시절 자연과 벗 삼아 놀았던 날들에 관한 그리움이 무시로 묻어난다. 지금이야 별의별 장난감이 많지만, 저자가 살던 시절만 해도 자연이 놀이터요, 장난감으로 새, 뱀 무서울 것 없이 종횡무진 뛰놀았다. 산삼 하나를 마을 사람 누군가가 발견하면 다음 날 산삼을 발견한 그 산에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땅을 팠던 일, 일 년에 한두 번씩 공터에 천막을 친 가설극장이 들어오면 검표하는 사람 몰래 영화를 보던 일들은 지금은 잘 볼 수 없어 더 그리운 기억들이다.
  2부 ‘길 위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다’는 이방인처럼 겉돌기만 했던 유년시절에 관한 혼돈의 기록이다. 저자는 아버지의 노름으로 인해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채 14살에 최초로 가출, 15살에 출가를 감행한다. 우주 속에 내던져진 고아였던, 세상의 아웃사이더였던 한 소년이 삶을 택한 방법은 책, 음악과 함께 산천을 걷는 일뿐이었다.
  3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는 저자에게 영향을 준 수많은 사람에 관한 일화를 소개한다. 욕쟁이였지만, 어린 시절 자신의 전부였던 할머니, 한평생 풍류객으로 살았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 가수 지망생 막냇삼촌 등 기억 속 아련히 남은 이웃과 길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일화를 흥미롭게 담고 있다.
  여기에 지독한 자기 연민과 치열한 성찰의 삶을 살던 시기에 썼던 시를 함께 담아 저자가 당시 느꼈던 삶의 고민과 여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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