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촌은 이제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융복합으로 이뤄지는 첨단기술농업을 지향하고 있다. 6차산업과 연계되는 창업농업과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미래농업으로 가는 데 청년들은 가장 중요한 주체가 된다. 뿐만 아니라 농촌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농촌을 유지하는데도 청년들의 농업 창업은 필수 요소로 꼽히고 있다. 농촌의 무궁한 자원을 활용해 농업을 희망산업으로 가꾸는 데 역시 이들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청년 농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영농 의욕을 복 돋아 주기 위해 농촌에 먼저 뛰어든 청년 농업인들에게 농촌·농업을 물어 봤다.

◆여성 청년농업인 귀농기

'농장새순' 정인순(38) 대표는 순창군으로 귀농한지 3년차 되는 여성 청년농부다.
2013년 경 10여년간 서울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근무하던 정인순 대표는 고된 직장생활과 도시생활의 무료함에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다. 나무와 꽃에 관심이 많았던 정 대표는 이때부터 시골 생활을 동경하게 됐고, 휴가와 월차를 써가며 약 6개월 동안 충청도 시골 답사를 다녔다.
충남 예산 귀농귀촌센터, 서산과 보령 귀농귀촌센터 등에서 자문을 구하며 농촌 곳곳을 다니는 등 자신이 귀농할 지역을 찾았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귀농귀촌센터의 정보도 형식적이었고, 인터넷에서 수집한 정보도 미미한 수준이어서 귀농 준비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다 충남 홍성의 귀농귀촌센터를 찾았는데, 그곳에서 '젊은협업농장'을 발견하게 됐다.
'젊은협업농장'은 귀농귀촌인들이 터를 잡고 원주민들과 어울려 그들만의 문화를 새로 만들어 나가는 곳이었다.
'젊은협업농장'은 귀농인들이 서로 협업하며 농사를 짓고, 지역과 농촌문화에 대해 배우고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농사와 귀농교육을 함께 하는 협동조합이다.
정인순 대표는 그곳에서 유기농 쌈 채소 시설재배와 유통 등 기본적인 농사 교육을 받았다.
홍성 '귀농의 집'에서는 약 1년간 시골에서 정착할 수 있는 준비기간을 가지고 농사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6개월만에 빈 농가를 얻어 귀농의 집에서 독립한 정인순 대표는 협업농장에서 농사를 배웠고, 또 '젊은협업농장'과 공동체격인 협동조합 '행복농장'에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유기농 허브 시설재배를 배웠다.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유기농업을 고수하게 됐고,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한편, 정인순 대표 아버지는 2015년 경 전북 순창군으로 이주해 4만7,270㎡(약 1만5천평) 규모의 임야와 밭을 준비했다. 두릅 농사를 준비하던 아버지는 2016년 건강에 문제가 생겼고, 그해 10월 정인순 대표가 홍성에서 3년 반의 귀농교육을 끝내고 급히 순창군으로 이주하게 된다.

◆허브 농사

정인순 대표는 부모님과 함께 두릅, 옻순, 고사리, 취나물 등 새순을 재배하고 있다.
지난해 4ha 중 2ha에서 두릅 600kg을 생산해 첫 출하했다. 올해는 4ha에서 더 많은 두릅을 생산해 소득을 올릴 계획이었다.
순창 참두릅은 웰빙 식재료로 봄철 수도권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으며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정 대표는 올해 참두릅 생산에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3월 순조로웠던 농사가 4월초 이상저온 현상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 저온 현상으로 참두릅 순 발아가 늦어지더니, 4월 20일경 갑자기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잎이 크게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두릅은 순대가 커야 상품성이 높아지는데, 잎만 커지면서 상품성이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두릅밭 사이에서는 취나물이 자라고 있다. 4~5월 수확해 건나물로 판매할 계획이다. 또 사이사이 고사리도 재배한다.
이밖에 호박, 가지, 고구마, 토란 등 밭작물도 재배한다. 지난해에 비해 수확이 늘어날 것은 확실하다.
정 대표가 아프게 경험한 농사는 따로 있다. 지난해 각종 허브 16종을 임야에 시험재배했다. 그런데 노지에 재배한 이유로 대부분이 월동하지 못했다.
살아남은 품목은 애플민트, 바질, 오레가노, 희속, 로즈마리, 타임 정도였다.
유기농 허브농장은 정인순 대표가 목표로 삼은 농장 형태다. 이곳에서 일반인과 사회적배려자 등이 허브 농사를 직접 체험하기를 원한다. 흙과 함께 몸으로 농사와 허브를 경험하며, 만지고, 맡고, 먹고, 마시고, 느끼면서 심리적 안정을 느끼길 바란다. 어린이 정서 안정에도 허브 체험은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을 귀농교육에서 배웠다.
이에 정 대표는 허브체험장과 허브관광코스를 준비하고 있다.
또 미혼모, 알콜중독자, 만성장애인 등 사회적배려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유농장도 운영할 계획이다.

◆순창 더불어 농부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쳐 귀농한 정인순 대표는 순창에서도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순창군농업기술센터에서 마련한 '2030젊은농업인 비지니스 모델 구축 교육'을 통해 모이게 된 순창의 젊은 농부들과 함께 '순창 더불어 농부'를 결성했다.
'순창 더불어 농부'는 블루베리축제, 오미자축제, 전북청년축제YOLO, 순창 소스박람회 등 각종 축제와 프리마켓, 촌시장 등에 참여하며 공동으로 홍보, 운영, 판매 등 경험을 쌓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령화가 심각한 순창군에서는 젊은 사람이 필요한 농사일이 매우 많은데, 젊은 회원들이 이들 기존 농가에 도움을 주며 지역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기타 힘든 일들을 함께 하며 청년 농부들과 원주민들의 관계는 점차 돈독해지고 있다.
특히, '순창 더불어 농부'는 사라졌던 '품앗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일이 쉽고, 지역민들 호응도 역시 좋았으며, 상호 농사 공부까지 하게 돼 '품앗이' 문화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사업에서 기존 관행농법과 새로운 농법도 교류되는 등 원주민과 청년농부들의 교류는 점차 활성화되고 있고, 기존에 농촌에 머물렀던 청년농부들까지 함께 하면서 '순창 더불어 농부'는 활기차게 출발하고 있다.

◆계획

정인순 대표는 30여가지가 넘는 다양한 품종의 허브텃밭을 만들어 치유농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웅장한 산속에 숨어있는 라벤더 언덕과 로즈마리 산책길, 4계절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허브농사와 먹거리, 볼거리를 준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 대표는 지난해 굴삭기 운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현재 허브 관광농원을 직접 조성하고 있다.
허브 관광농원이 조성되면, 허브 체험, 허브 관광코스,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순창 더불어 농부'와 함께 농촌 농사 체험, 농사 교육, 농촌관광 페키지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사업이 확장된다면 순창에서 젊은 청년 농부를 희망하는 귀농인들을 위한 협업농장을 운영할 계획도 세웠다.

◆후배들에게

정인순 대표는 시골에 잠깐씩 나와 자연을 느껴 보면 귀농할 마음이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또 귀농할 생각이라면, 철저한 준비와 함께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이전에는 농업인 지원사업들이 모두 지역민을 우선순위로 돌아갔다. 지역 공무원 역시 그렇게 지원할 수밖에 없었고, 귀농인들은 물론 청년 농업인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새 정부 들어 청년 일자리 사업과 청년농부 창업 정책이 주요 사업으로 추진되면서 청년들의 귀농이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청년이 시골에 정착하기까지 필요한 것은 너무 많다. 시간은 물론, 힘든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금전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청년은 돈이 없다. 그런 면에서 이번 청년농부 창업 정책은 환영할만 하다.
그럼에도 정인순 대표는 준비를 철저히 하고 귀농하라고 조언한다.
정 대표 언니와 남동생이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데, 둘에게 사이버대학 농학과를 추천했다.
'농업'을 알고 와야 실패율이 줄어들고, 정착 기간이 짧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정 대표는 "언니에게 '시골에 대한 로망을 이루려면, 관련 수업을 열심히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면서 "주변에서 상담을 원할 때도 '시골을 차츰, 자주 접하고, 시골 원주민과 접촉하며 직접 살아본 후 결정하라'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먼저 겪어 보고, 작물·땅 등 준비를 철저히 하고 내려와야 정착이 수월하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귀농 10년차 농부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또 지역민과의 갈등은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시골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한 후, 내려오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대신, "농업은 도전할 가치가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정 대표는 "나 스스로 대기업 과장 보다 멋있고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 금전적 비교가 아니라 업무 압박감과 지겨운 일상에서 탈출한 경험을 비교해서다. 도시인들은 알지 못한다. 이런 점을 확실히 비교할 수 있게 된 지금은 도시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없다는 확신이 선다. 매일 변화하는 자연과 함께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잠깐씩 나와 자연을 느껴보라고 도시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러다 몸이 원한다면 귀농에 도전하라"고 말했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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