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군산공장 폐쇄가 노사 협의로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재가동을 위한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위탁 생산’으로 공장이 살아난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은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위탁 생산하는 방식으로 공백기를 메우며 수출과 내수를 키운 대표적인 사례로, 군산공장이 위탁 생산을 통해 한국GM의 생산능력이 정상화되는 3~5년여만 버텨준다면 재가동을 비롯한 산업재편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는 셈법이다.

24일 전북도 및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지난 23일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한 교섭’ 잠정 합의를 통해 ‘법정관리’라는 파국은 피했어도 군산공장 폐쇄는 사실상 확정됐다.

군산공장은 지난 1996년 ‘누비라’ 1호차를 출고하고 2002년 한국GM의 인수 이후 라세티와 라세티 프리미어, 쉐보레 올란도, 올란도, 올 뉴 크루즈 등을 생산하며 자동차 산업에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전북에 대규모 자동차 산업 진출이란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노사는 군산공장에 남아 있는 680여명에 대한 전환배치에 합의함으로써 사실상 군산공장 폐쇄를 인정함에 따라 지역경제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재가동을 위한 3자 매각 등 ‘플랜 B’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위탁 생산으로 공장이 살아난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의 사례가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0년 이후 생산량 급감으로 위기에 처하자 일본 닛산에 수출용 차량 ‘로그’를 위탁 생산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양사는 업무협약을 맺고 2014년 9월부터 부산공장에서 로그를 연간 8만대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기로 했다.

이후 로그는 수출 호조와 부산공장의 생산성에 힘입어 2015년 수출대수는 11만7560대를 기록하며 목표치인 8만대를 상회했다. 2016년에는 13만6300여대를 수출해 르노삼성 전체 수출대수인 14만6200여대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르노삼성은 닛산과의 위탁 생산계약이 오는 2019년 9월 만료됨에 따라 자체 개발한 QM6·SM6의 수출대수를 크게 늘려 로그의 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이에 르노삼성이 위탁 생산으로 공장가동률을 높여 기업 수익성을 크게 개선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는 만큼 정부가 진취적으로 계획을 세워 진행한다면 군산공장 정상화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산업은행이 지난달 초 진행한 한국GM 실사 결과, 한국GM이 경영정상화 계획을 실행할 경우 오는 2020년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하고 대량 실직사태도 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때문에 군산공장이 위탁 생산을 통해 한국GM의 생산능력이 정상화되고 흑자 전환이 가능할 때까지 최소 3~5년까지만 버틸 수 있다면 군산공장 재가동은 물론이고 전북 산업구조를 재편할 시간도 벌 수 있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김대연기자·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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