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였던 DMZ과 판문점이 평화의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휴전이 종전으로, 평화로 가는 현장 DMZ.
  전주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이 마련한 ‘유예된 시간을 기념하며’는 분단과 그 나중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근현대사의 가족사진’이라는 부제가 예고하듯 전시는 기억과 현실의 사이에서 우리들엑세 질문을 던진다.
  사진작가 이주용은 그동안 DMZ 근처에서 사진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했다.
  1932년생인 아버지 이현수는 18세의 어린나이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해에 자원입대해서 참전 용사가 되었다. 그는 DMZ 인근 철원 양지리 마을 건너편 대성산에 위치한 8사단에 배치되어 3년은 같은 민족을 향한 삶과 죽음의 비극적 여정을 경험했다. 18세의 어린나이에 최전선에서의 전쟁은 타인에 의한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이었고 현재 87세의 고령으로 죽음을 눈앞에 둔 그는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주용은 개인의 가족사를 통해서 한국전쟁의 고통과 비극을 느끼며 휴전 상태에 있는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보다는 여전히 아픔 속에 있는 당사자 가족의 시선으로 지금도 DMZ 근처 마을을 찾아가서 사진 아카이브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모두 경험했던 두 세대와 그는 무엇을 경험 했는가? 라는 질문에서부터 작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주용은 이번 서학동사진관 기획전에는 작고 오래된 자신의 가족사진과 근현대사의 상징적 타인의 가족사진을 확대 인화한 후 정교한 채색 과정을 거쳐서 재현 한 현재적 미래를 드러내고자 한다. 이 두 사진들 간의 상호 병치는 시간과 역사, 본질과 환영, 갈등과 이산의 사회상을 드러낸다. 한국전쟁은 단지 남북 간의 한민족의 단순한 이데올로기로 만 볼 수 없다. 따라서 전쟁과 관련된 사진 아카이브 연구 자료들이 전시된다.
  사진관 설치는 북한 공훈화가인 김성민의 금강산을 차용한 사진관 배경 그림이며 금강산은 더 이상 산이 아닌 우리의 정서적 상징이다. 우리의 그리움을 담은 사진관 배경에 실향민 가족을 기록하고 다시 확대 후 채색을 입히는 과정이 계획되어 있다. 금강산 배경은 북한의 그림 유형을 따른 정교하고 사실적이며 웅대한 선동적 성격을 지님과 동시에 이 시대의 꿈이 되는 풍경이다. 또한 부처 상 표면에 판문점 경비병을 그린 입체물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대치된 시점은 우리의 현재적 과거의 모습이다.
  북한의 전쟁참전 훈장과 아버지의 한국전쟁 참전 훈장을 나란히 병치시켜 진열하면서 공존과 배반, 개인과 전체, 권력과 동맹을 전복시키는 새로운 사고를 제시한다. 이것이야 말로 이념과 허구의 전시장이다. 북한사회가 원하는 훈장과 남한사회가 원하는 훈장의 아이러니를 우리는 무심히 지나칠지 모른다. 이주용은 지나치는 시선을 붙잡으며 우리에게 묻는다. ‘이 훈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끔직한 이념의 대립인가, 단순히 인간이 꿈꾸는 허망한 판타지인가.
  전시는 2일부터 6월 3일까지 열린다.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는 개막식은 12일 오후 4시다. 실향민 및 새터민을 사진체험은 13일에 진행한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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