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최근 EBS에서 교과서 강의를 시작한 걸 두고 혁신을 강조해 온 교육부 방향과 다르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는 지난 달 23일 고교 1학년 대상 주요 과목 온라인 교과서 강의를 EBS를 통해 무료 제공한다고 밝혔다. 사교육비 부담과 지역 간 교육격차를 줄인다는 취지에 따라 국어, 영어, 통합사회, 통합과학 4개 과목 32가지 교과서를 활용해 강의한다. 교육부가 EBS 교재가 아닌 교과서로 강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교과서 강의의 경우 학생별 보충 및 자율 학습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으나 교육부의 핵심방향에서 벗어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현 정부 들어 교육 혁신을 역설해왔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이 그 중 하나다.

  교육부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미래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교육과정부터 교육방식, 입시제도까지 전반적으로 손질하고 있다. 교육자치, 유아교육 혁신방안, 혁신학교 행재정적 지원 확대, 고교학점제 연구 및 선도 학교 시행, 공정성과 단순화에 초점을 맞출 대입제도 개편안이 대표적이다. 

  반면 교과서 강의는 시대 흐름을 역행해 맞춤형 인재를 키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를 EBS 교재에서 70% 가량 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과서까지 가르치면 교사 수업보다 온라인 강의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수업은 사고와 대응력을 키우는 조별 과제, 토의, 토론, 실험보다 대학입시에 맞춘 문제풀이 등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다.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권도 제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 

  교육부가 EBS 정책 내에서도 일관성을 잃었다는 입장이 있다. 최근 국가교육회의에 2022학년도 대입제도를 이송, 제안한 내용을 보면 수능과 EBS 연계율을 현행 70%에서 50%로 줄이는 방안이 있다. 

  연계율을 줄인 건 학교는 EBS 교재로 수업하고 학생은 EBS 내용을 그대로 암기하는 등 교육과정을 제대로 실현할 수 없어서인데, EBS 교과서 강의도 고교 수업 정상화를 가로막을 수 있어서다. 

현 정부 들어 교육부가 수장만 바꿨을 뿐 조직은 그대로란 얘기가 흘러나오는 건 이 때문. “내부적으로 소통하고 혁신할 때 교육도 혁신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이수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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