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원 전북도 도민안전실장

화사한 봄꽃 축제장에서, 꽃들이 활짝 핀 차창 넘어 들판에서, 또 다른 어떤 곳에서도 올 봄에는 꽃을 볼 수가 없었다. 마치 꽃들이 갑자기 모두 사라진 것처럼... 이상기온으로 봄꽃이 전부 사라진 것일까? 아니 내 눈에만 꽃이 보이지 않았다. 안전부서에 근무하는 분들은 누구나 경험했을 만한 일이다. 봄 꽃 축제장에서 무대를 느슨하게 지탱하고 있는 와이어와 그 밑에 떨어져 있는 위험한 깨진 병 조각들, 그리고 차창 밖으로 기울어진 도로표지판과 움푹 패인 도로만이 보인다. 그리고 꽃은 보이지 않는다.
도민안전실에 근무한지 이제 한달 남짓 됐다. 아직 꽃도 볼 수 없는 초보지만, 그래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안전대진단을 무사히 마쳤고, 정읍, 고창 등 축제장 안전점검도 했고, 재해예방사업장도 여기저기 다녔다.
그러면서 배운 것이 있다. 안전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고, 예방 중에서 가장 으뜸은 주민의 자발적인 안전신고 라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안전신고를 할 수 있는 안전신문고 앱을 운영하고 있다. 이것은 언제 어디에서나 위험요인을 발견했을 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손쉽게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신고대상은 도로 노면, 맨홀 파손, 경사지 붕괴 위험, 전기선 노출에서 초등학교주변 불량식품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주변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것들이다.
2017년 한해동안 전북도에서는 19,474건의 안전신고를 하였다. 이것은 보험사고 통계 분석한 ‘하인리히의 법칙’을 적용하면 65건의 대형사고와 671건의 작은사고를 예방했다고 볼 수 있다. 작은 신고 하나 하나가 모여 엄청난 사고를 막았다는 것이다. 정말 안전신고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수치이다.
주민 스스로의 안전신고로 안전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어서 일까, 안전신문고 만족도는 94.6%(전국 92.2%)나 된다. 안전신고가 우리생활을 즐겁게도 한다는 것이다.
작년 전북도는 안전신고 실적은 인구대비 전국 1위 이었다. 그리고 안전문화 우수사례 전국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야말로 전북 도민의 안전신고는 전국 최고이다.
 이에 탄력받아 올해에도 “반구십리(半九十里)”의 자세로 작년의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안전신고가 우리 도민들 몸에 배어 생활속에서 문화로 정착할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고질적인 안전무시 관행을 근절시켜야 한다. ▲불법 주?정차 ▲비상구 폐쇄 및 물건 적치 ▲과속운전 ▲안전띠 미착용 ▲건설현장 안전규칙 미준수 ▲등산 시 인화물질 소지 ▲구명조끼 미착용, 이것들이 뭘까?
올해부터 정부에서 우선 추진하는 고질적인 안전무시 관행 7가지다.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안전무시 행위이다. 무심코 지나치다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것들이다.
정부에서는 안전무시 관행 근절을 위하여 안전보안관 제도를 운영한다. 전북에서도 통리장, 재난안전단체 회원 등 600여명이 우리 지역의 보안관이 되어, 안전무시 관행 근절을 위하여 함께 할 것이다.
아브라함 링컨은 “만일 내게 나무를 베기 위해 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우선 나는 도끼를 가는 데 45분을 쓸 것이다”라고 했다.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과 인력을 제대로 준비해서 효율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업무도 마찬가지다. 전북도는 200만 도민의 안전을 위해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일부터 시작하려 한다. 이제 시작 단계에 있어 올 봄, 꽃은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넘어진 도로표지판을 다시 세우고 느슨한 와이어를 당기면서 봄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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