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도 전북농협 본부장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이랑 만이랑 이랑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드럽게 드러났다. 김영랑 시인의 '5월' 앞부분이다. 마치 5월의 농촌 풍경을 보는 듯 마음이 편안해 진다.

지금 농촌에서는 본격적인 영농철로 빠른 곳은 모내기를 시작했고, 각종 과실나무의 적화가 한창이며, 밭작물의 파종과 수확으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올해에도 농업정책의 최대 관심은 쌀 값, 쌀 생산조정제, 쌀 목표가격 재설정 등 쌀에 있는 듯하다. 이런 원인을 살펴보면 쌀 산업의 현실과 관련이 깊다. 농가소득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52%에서 2017년 25.8%까지 떨어져 반토막이 났지만, 쌀은 전체 농가 중 42%가 생산에 종사할 정도로 우리 농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3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산 쌀 생산비 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지난해 직불금을 포함한 쌀 소득은 1h당 720만2882원이었다. 2016년 대비 2.7%가 감소했다. 쌀 소득은 2016년에도 전년보다 20만원 이상 줄어 2년 연속 감소했다. 이는 쌀 생산비가 늘어난 게 주요 원인중 하나일 것이다. 2017년 1ha당 쌀 생산비는 691만 3740원으로 전년보다 2.5% 증가했다. 특히 20kg당 쌀 생산비는 5.4%나 증가했다. 작년 모내기 때 가뭄 등의 영향이 컸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쌀의 순수익률은 쌀값이 오른 만큼 오르지 못하고 29.1% 상승하는데 그쳤다. 2013년 이후 순수익률은 2016·2017년을 제외하고 모두 30%를 웃돌았다. 쌀값이 올라도 생산비가 늘고 직불금이 줄면서 쌀 소득이 줄어든 것이다.
쌀 생산농가가 전체 농가의 42%에 달하고 쌀은 농업소득의 25.8%나 차지할 정도로 우리 농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쌀 소득이 올라야 농가소득이 오르는 구조다. 따라서 쌀 생산비를 줄이는 대책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대안 중 직파재배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직파재배는 육묘·모내기 단계가 생략되어 일손이 부족하고 고령화된 농촌에서는 노동력과 생산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농법이다.

2015년 농식품부 곡물조사료자급률제고 사업단 자료에 의하면 직파재배는 이앙대비 노동시간을 21.8시간/ha 절감하고, 생산비용은 75만3천원/ha 절감하면서도 수확량은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벼농사에서 생산비용을 10%이상 줄일 수 있으며 한해 농사 절반이나 차지하는 모내기 부담을 22.8% 줄여 주고 또한 직파한 논에 동계작물(보리, 사료작물 등)을 재배할 수 있어 농가소득 증대를 도모할 수 있다.

특히 논물 논에 파종 하루 전 물을 빼고 최아종자를 균일하게 점파하는 무논점파는 기존 육묘와 이앙의 장점을 결합한 농법으로 입모가 안정적이고 병해충 발생률 감소로 도복이나 잡초성 벼 발생 등 기존 직파 문제점을 개선한 기술이다.
 
지난해 1월 농협과 농진청이 업무협약을 맺어 농가소득 증대·수출시장 개척·빅데이터 등 6개 분야 24개 협력 사업을 진행했는데 그 대표적인 사업이 직파재배이다. 2016년 1만8242ha이던 직파재배 보급 면적을 2017년 2만1207ha로 16.2% 늘려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농진청의 기술·교육과 농협의 보급·자금이 결실을 맺은 사례다.

'처음 시작하기가 어렵지만 시작이 절반의 성공이다' 라는 말이 있다. 농촌 고령화 및 일손부족 해결을 위한 직파재배에 대한 농업인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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