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묻지마 살처분’ 방침에 제동이 걸렸다.

익산시는 10일 참사랑 농장 살처분명령에 대한 전주지법의 조정권고안을 수용, 살처분 명령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익산시는 2017년 2월 27일 용동지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함에 따라 최초 발생지로부터 2.4km 지점의 참사랑 농장 닭 5000마리에 대한 살처분 명령을 내렸다.

익산시 행정과 달리 가축전염병예방법은 발병농장 반경 500m를 관리지역으로, 3km 보호지역, 10km 예찰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해당 법령은 보호 및 예찰 지역에 대해 역학조사에 따른 조건부 살처분을 규정한다.

익산 참사랑 농장은 당시 조류독감 비감염 판정을, 바이러스 최대 잠복기 도래 이후 검사에서 비감염 판정을 받았다. 특히 조류독감 추가 발병이 없어 2017년 3월 28일 보호지역에서 예찰지역으로 하향, 이때부터 계란 반출이 가능해 살처분 명령의 실효가 소멸됐다.

사실상 살처분 명령을 유지할 이유가 없음에도 익산시는 이전까지 살처분 명령을 철회하지 않아 해당 농장과 마찰을 빚어왔다. 이 과정에서 익산시가 ‘가축전염예방법 위반 농가에 어떠한 지원도 않는다’는 취지의 동물복지조례를 개정, 이를 근거로 참사랑 농장에 대한 형사고발을 접수해 벌금 300만원의 약식처분이 이뤄졌다.

임희춘 참사랑 농장 대표는 “보호지역에서 예찰지역으로의 전환, 농장에 내린 살처분 명령 철회 그 어느 것도 익산시로부터 전달받지 못했다. 익산시는 지금껏 살처분 명령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살처분명령철회 재판, 동물복지조례 위반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는 농장에 아무런 위법 사실이 없음을 증명, 명예를 회복하기 위함이다. 선심 쓰듯 철회한다는 익산시 행태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 법원의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고 재판을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익산시는 법원의 조정권고안이 익산시 살처분 명령의 적법함을 인정한 것으로 판단해 위법에 따른 취소가 아닌, 시간 도래와 전염 위험성 감소에 따른 명령 유지 실효성에 따른 철회의 입장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농가 입장에서 살처분 명령은 부당한 조치로 생각할 수 있고, 시에서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고병원성 AI 확산 및 근절을 위한 불가피한 정책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가축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확산 및 근절을 위해 부득이하게 살처분 명령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므로 이에 대한 협조를 당부한다”고 답변했다.

법원의 조정권고안 수용에도 불구하고 참사랑 농장주와 동물보호시민단체는 살처분 명령의 위법성을, 익산시는 살처분 명령의 적법성을 각각 주장하는 등 첨예한 입장 차이로 논란의 여지는 이어지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김현지 정책팀장은 “익산시의 참사랑 농장에 대한 살처분 명령 철회는 반쪽짜리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들의 행정에 문제가 없으며 앞으로도 무차별적인 예방적 살처분을 예고하고 있다. 익산시와 달리 많은 지자체가 역학조사 등 환경에 따른 부분적 살처분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에서도 동물농장 복지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면서 “기계적인 살처분에 의존하는 방역 프레임에 문제가 있다. 사육환경 개선, 축산 농가 밀집도 하향 방안 등 발병 위험을 낮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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