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 시대, 한국영화는 정말 성장했을까.
 <스크린 독과점, 축복인가? 독인가?>를 쓴 영화감독 한기중 씨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말한다. 거대자본을 투입, 한국영화가 헐리우드 영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건 성과인 반면, 스타를 앞세운 화려한 볼거리 외 영화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원인으로는 스크린 독과점을 꼽았다. ‘스크린 독과점’은 여러 개의 상영관을 보유하고 있는 복합영화관 즉 멀티플렉스가 영화를 기획 및 제공하는 배급사와 통합돼 있다 보니, 소수의 대기업 제작사 및 배급사의 영화를 소수의 대기업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는 구조다.
  책에서는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 “친구가 좋아하는 자장면을 사주고 싶어 식당가에 갔는데 모든 식당에서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만 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연 여러분에게 정당하게 선택할 권리가 주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라고 설명한다. 
  제작과 유통이 분리되지 않은 건 미리 할리우드에서 법으로 급하고 있는 ‘수직적 계열화’를 그대로 베낀 것이며,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영화인들은 예술적 가치와 향기를 지닌 작가주의 영화를 만들어도 상영하기 어렵고, 관객들은 다채로운 영화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안목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때문에 영화를 제작하고 수요할 우리 아이들이 올바르고 균형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거대 자본이 영화에 투입되면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현실을 전달한다. 저예산 영화는 왜 개봉도 하지 못한 채 금세 사라는지, 대기업이 투자한 영화는 왜 천만 관객 영화가 되는 지, 거의 모든 영화관에 한 영화를 걸어 순식간에 수익을 내는 와이드 릴리즈가 수많은 관객들을 어떤 방식으로 이끄는지, 영화는 왜 목요일 혹은 수요일에 개봉하는지 등이다.
  궁극적으로 영화가 소비적인 문화의 결과물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가진 작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진지한 도구라고 주장한다. 그에게 영화란 우리와 함께 살아 숨쉬는 소중한 문화이자 예술인 셈이다. 
  이는 독립영화감독으로서 자신이 직접 겪은 일과 지인들과의 교류 현장으로 설명,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다양성 영화운동을 거론하는 건 설득력을 더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관객들이 깨닫고 호응하지 못하면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잃어버린다. 천만 관객 영화의 홍수 속 자본들에게 종속되는 관람 문화를 벗어나려면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 출신으로 전북대에서 토목공학을 공부하다 전북대 영화 동아리 ‘필름’에서 영화를 접하고 학교를 그만뒀다. 서울에서 독립영화집단 ‘삼분의 이’를 조직해 다수의 단편 영화 작업에 참여했다. 이후 충무로에서 조감독과 독립영화 기획 및 프로듀서로 활동했고 현재 독립 장편영화 ‘돼지의 최후’ 후반작업 중이다.
  책은 내 인생의 책 연작물로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아야 할 교양 58번이다./이수화기자&#8231;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