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리의 봄이 간다

오피니언l승인2018.05.15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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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선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교수

 

한 낮에 운전하게되면 벌써 에어컨을 켜야되는 오월이 왔다. 지난 사월에 잠깐 왔던 저온 현상으로 봄 꽃들이 좀 다쳤다. 그냥 관상용 꽃이라면 그래도 괜찮으나, 농민들의 과실 밭의 과실 꽃이 다친 경우에는 좀 맘이 아프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겨울의 혹한이 장기간 계속되어 해월리 동네 주민들이 3~4년 전에 심어 놨던 체리나무가 거의 죽고, 마늘 및 양파도 많이 죽었다. 특히 작년 봄 우리 정원에 식재해서 간신히 살려놨던 포도 어린묘 다섯 주가 얼어 죽었다. 우리 집이 산 바로 밑에 있어서 기온이 너무 낮아서 죽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다리목마을 동네에 포도 등 추위에 약한 나무와 작물들이 없는 것이 거의 10년이 지나니까 알게 된다. 경험보다 더 좋은 선생님은 없다. 그러니 동네 어른들께 의논을 여쭈어 봤으면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어쨌던 미세 먼지, 중국발 황사 그리고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등으로 어수선한 봄이었지만 따사로운 봄 햇살과 화사로운 꽃이 우리집 화원을 장식하였다. 복사꽃을 시작으로 흰목련화, 자목련, 벚꽃, 크로커스, 수선화, 분홍 잔디꽃, 튜울립, 철쭉, 영산홍, 진달래, 등의 이른 봄꽃들이 계절의 여왕임을 뽐냈다.

그리고 지금은 흰색, 자주색, 분홍색, 짙은 심홍색의 작약, 모란(목단) 및 해당화가 잔치를 벌이고 있다. 처음에 계획없이 군데 군데 마구 심어놔, 꽃 색깔의 질서가 없이 이곳 저곳 마구 피워, 이것도 처음에 심을때 좀 계획하고 심을 것을하고 후회가 막급하다. 가을이 되면 포기도 나눌 겸 좀 계획있게 다시 심어야겠다.

작약, 모란(목단)은 거의 유사하여 구분하기가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곧 잘 구분할 줄 안다. 현재 우리 화단에 아주 흐드러지게, 찬란하게 꽃을 피우고 있어 오월의 늦은 봄이 멋지게 지나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지금 목표는 모란 몇 그루를 잘 키워서 2m 정도의 키를 갖게 키워 멋진 관목으로 키우는 것이다.

앵두 꽃, 보리수 꽃, 딸기 꽃, 머위 꽃, 알프스오토메 아기사과 꽃, 뽕나무 꽃, 모과 꽃, 매화 꽃, 살구 꽃, 먹자두 꽃 등은 이미 져서 나무가지마다 모든 열매의 크기가 성냥 머리만하게 아주 작지만, 이미 열려있다. 잘 키워서 여름 부터 가을까지 과일을 잘 따먹어야지. 작년에 고모부께서 심어주고 가신 돌배나무는 아주 다들 뿌리를 잘 잡아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 이 돌배로 효소를 만들어, 매실 효소와 같이 음식등에 사용할 꿈에 부풀어 있다.

해월리에는 거위가 살고 있다. 한 사년전에 두마리를 12만원을 주고 사다놨는데 우리집 터줏대감이다. 멧돼지나 외지에서 오는 이방인을 제일 먼저 알아보고 소리를 지른다. 거위들이 소리를 지르고 나면 진도견들이 짓는다. 이렇게 예민하고 똑똑하다. 수컷의 이름은 거돌이, 암컷의 이름은 거순이라고 지어줬는데 금슬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작년에 조류독감이 아주 성행하였을때 군청에서 일괄적으로 살처분한다고 자루속에 넣어 놨던 것을 간발의 차이로 극적으로 살렸다. 앞으로 최소한 30년 이상 살 수 있을 식구를 죽일 뻔했다. 거위의 수명이 평균 40년이라한다. 나보다도 더 오래살지도 모른다.

거위알은 2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일년에 약 50~60개를 낳는다. 수정율을 좋게 해준다고 조그마한 둠벙을 벽돌과 세멘트로 만들어 줬는데 겨울에 다 얼어터져 이도 수리해야된다. 거위알을 부화시키려고 몇 차례 시도했는데 번번히 실패하여 포기하고, 이제는 아침에 거위알 후라이를 해먹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하나 먹으면 일반 계란 서너배 크기이다.

거위한테 우리 어머니가 아침 저녁으로 밥을 주는데 이때에는 우리 동네에서 사는 새들의 잔칫날이다. 사료도 주지만, 좁쌀과 곡물도 주는데, 참새, 뱁새, 직박구리, 꾀꼬리 등 동네 새란 새들이 다 같이 회식한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는 새들이 뭐라고하는지 대충 알아 들으신다.

음식이 왔다고 척후병이 부른 소리, 누가 온다고 경계병이 부르는 소리, 음식이 맛있다고 짹짹짹거리는 소리 등등, 우리 어머니는 대충 알아 들으신다. 어머니께서는 일년에 새들이 먹는 것만해도 꽤 된다고 걱정이시지만 그래도 같은 울타리에서 사는 식구아닌가? 아끼지 말라고 용기를 드린다. 이렇게 오월의 늦은 봄날이 간다.

이제 해가 더 길어져가서 새벽 5시면 벌써 훤하고 날씨도 더 뜨거워져 봄이 끝나고 초여름으로 넘어간다. 하기사 약 한달후가 되면 낮의 길이가 제일 길어지는 하지가 오고, 그렇게 되면 또 밤이 길어지고 낮이 짧아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오월의 늦은 봄이 참으로 찬란하다. 우리 집뜰의 화사한 꽃들처럼 찬란하다. 지나가는 오월의 늦은 봄은 계속 앞으로 흘러간다. 뒤로 돌아오지 않는다. 계속 흘러가는 이 오월의 봄은 우리한테 참으로 귀하다. 특히 올해 오월은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적으로도 평화와 통일로 들어가는 찬란한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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